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 교통 혁신.사회 평등.여성 해방을 선사한 200년간의 자전거 문화사
한스-에르하르트 레싱 지음, 장혜경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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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변에서 자전거를 탔다. 거의 20여 년 만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몸이 자전거 타는 법을 기억하고 있었다. 중심을 잡기 위해 핸들을 이쪽저쪽으로 돌리다가 제대로 균형을 잡고 페달을 힘주어 밟았다. 몇 번 넘어질 것을 각오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전거를 한 번 배우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어렵지 않게 다시 탈 수 있다는 말이 맞았던 걸까.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기분은 정말 날아갈 듯했다. 어떻게 이런 느낌을 잊고 있었을까. 달리면서 내내 감탄사를 연발했다. 걸어가면 먼 길을 짧은 시간 안에 왕복하며 강물과 하늘, 날아다니는 새와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참 신기한 일이다. 같은 길을 가는 데도 걸을 때와 뛸 때, 자전거를 타고 갈 때의 느낌이 모두 다르니 말이다.

빠른 속도에서 오는 행방감을 느끼게 하는 이 날렵한 자전거가 만들어진지 벌써 200년이 지났다. 이를 기리며 만들어진 이 책을 통해 자전거가 등장했을 당시를 그려볼 수 있었다. 자전거가 등장하면서 당대의 생활방식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걷거나 말을 타는 것이 이동 수단의 거의 전부였던 시절, 사람들이 자전거 안장 위에서 자유를 느끼던 순간은 얼마나 찬란했을까. 크기도 크고 조작도 힘들었던 초기 형태의 자전거라도 그 시절에는 가히 혁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삶의 질을 높이는 운송수단이었으니 말이다. 특히 남성들이 사회를 지배하던 그 시절, 숨죽여 살아가던 여성들이 자전거 위에서 느꼈을 감정은 말해 무엇할까. 자전거를 타기에 불편한 옷을 벗으면서부터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가해지던 사회 제약에 대해 의문을 품고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정신이 깃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동 시간의 단축뿐 아니라 계급의 평등, 남성과 여성의 평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자전거의 발명은 특히 가치 있게 여겨진다.

처음에는 부의 상징이던 자전거가 시간이 지나면서 평등의 상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기 전의 자전거 천하를 상상할 수 있었다. 교통 혁신과 사회 평등, 여성 해방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자전거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설명한 책을 본 적이 없어 새로웠고 19세기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가까이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웠다. 처음 읽을 때만 해도 자전거가 인간의 삶을 바꾸는데 공헌한 이야기들이 이렇게 신선할 줄 몰랐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세상도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멈추지 않고 계속 발전하는 기술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전거에 견줄 만한 사회 혁명은 없다. 바퀴 위에 앉은 인간은 수많은 공정과 사회생활의 형태를 바꾸었다. 자전거는 평등의 상징이다. 모든 미국인이 자전거를 타게 된 이후 마침내 만인 평등의 위대한 원칙이 실현되었으니까 말이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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