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밥벌이 - 즐거움이 전해지는 밥벌이 프로젝트

최소한의 밥벌이 - 하루 한 시간이면 충분한
곤도 고타로 지음, 권일영 옮김, 우석훈 해제, 하완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얼터너티브 농부가 되려는 아사히 기자의 생계형 벼농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대안적인 농부가 되어 하려는 일은 바로 글쓰기. 본업으로 글을 쓰고, 부업으로 농사를 짓는 신개념 농부가 되겠다는 그의 소망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도시에서 자라 농사짓는 방법을 모르는 그가 야심 차게 시골로 내려가 좌충우돌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난다. 표지 그림과 경제학자 우석훈 씨의 해제만 읽고도 이 책이 마음에 들었는데 시종일관 유쾌한 그의 글을 보고 있으니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나 나나 도시에서 자란 사람이 아닌가. 그도 했으니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유명한 농학자이자 경제학자인 고도 교수는 농사를 시작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데 다음 조건을 충족하면 지원해줄 만한 사람이라 인정한다고 한다. 첫째, 신체적 강인함을 갖고 있어야 할 것, 둘째, 동식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서도 과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것, 셋째, 인사를 나눌 줄 아는 능력, 즉 주위 사람들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 것. 그런데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자는 자연을 벗하며 산 적이 없다. 체력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닌 데다 성격상 주변 사람들과도 살갑게 지내지 못한다. 따라서 위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는 농사에 부적합한 인물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작업복으로 알로하셔츠를 고수하면서 열심히 벼농사를 짓고 기자로서 글을 쓰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 저자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기자 겸 농부로서 즐거운 인생을 누리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절로 흐뭇해진다. 그에게는 혼자 먹고 살 만큼의 식량만 있으면 그뿐.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더 필요한 것은 없는 듯하다.

저자는 혼자 살면서 1년 치 식량을 확보하고 먹고 살 걱정 없이 글을 쓰는 데 전념하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그것도 하루에 한 시간만 일하겠다는 생각을. 사실 먹고살기만 하면 족하다는 생각을 한다면 생활하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는 않을 듯하다. 계절별로 수두룩하게 사들이는 옷, 한 번씩 바꾸는 가구, 그 외 온갖 장식품들은 생활 필수품이 아니므로. 간소하게 살면서 식량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노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면 매일 아침 품에 든 사표를 의식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매달 갚아야 하는 카드대금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일이 얼마나 기쁨을 주겠는가. 그러나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나는 혼자서 떠날 수 없음을 안다. 설사 출근을 하며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더라도. 그저 책을 보며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감탄할 뿐이다. 즐거움을 전파하는 그의 글을 보며 다음 이야기가 또 나오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