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거짓말 :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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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국가권력이 하나가 된 이슬람 문화권에는 경전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사람을 처벌하는 사회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게 해석된 경전은 법률에 그대로 적용되어 특히 여성의 숨통을 조인다. 레일라 슬리마니가 자신의 고향, 모로코에서 만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을 보면서 여성의 인권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모습에 참담함을 느꼈다. 종교와 법률에 억눌려 살면서 자신의 몸을 뜻대로 할 수 없을 때 얼마나 비참한 기분이 들지, 얼마나 벗어나고픈 마음이 들지 직접 겪지 않아도 책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여성의 욕망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제지당한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살 수 있는 자유, 사랑하는 이와 손잡고 다닐 수 있는 자유, 얼굴을 드러내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자유는 누군가에겐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사회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그토록 자연스러운 감정을 그저 눌러야 하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모로코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수많은 법 안에서 짓눌린 욕망을 그늘진 곳에서 풀기 바쁘고 국가는 이를 알면서도 덮는 데만 열심이다. 경제력 있는 남성들이 자유롭게 성을 착취하는 반면, 여성, 특히 가난한 여성이 착취의 대상이 되는 것이 정상일까. 종교와 정치, 경제적인 부분이 모두 버무려진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슬람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신을 믿는다. 그들의 믿음대로라면 신이 사람을 창조한 것이 아닌가. 신의 입장에서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 같은 존재가 아닐까. 여성을 배제한 남성만을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모로코 사회는 남성과 여성을 선 그어 놓으며 영원히 불화를 조장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행히도 젊은 층에서 이에 반발하고 있으니 희망은 있는 게 아닐까.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존재라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문제가 풀릴 듯한데 전 세대에까지 그 당연한 생각이 전파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이런 현상이 무슬림 사회에서만 일어나는 걸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는 말을 하던 우리 사회가 아닌가. 모로코보다는 덜하지만 어느 정도는 우리나라의 여성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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