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잘레스 씨의 인생 정원 -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배운 삶의 기쁨
클라우스 미코쉬 지음, 이지혜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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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라더니 니클라스가 처한 상황이 그에 딱 들어맞는다. 열심히 다니던 은행에서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은 그는 눈앞이 막막하지만 살아가면서 처음으로 정해진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은행은 수익을 내기 위해 의심스러운 사업들에 투자를 하면서 검은 돈을 돌게 하는데 그런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없던 그는 실직을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당장 다른 은행에 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해도 이와 비슷한 일을 하게 되리라는 점을 알고 있기에 일단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로 결심하고 스페인으로 떠난다. 마음속에는 두려움을 가득 안고서.

단지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안달루시아로 떠난 그는 도시의 편리함 대신 불편함을 감수하며 시골에 적응해나간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연이 변화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곤잘레스 씨의 정원에서 평생 가슴에 아로새겨질 말들을 들어가면서. 팔십 년 동안 텃밭에서 자연주의 방식으로 채소를 가꾸며 살아온 곤잘레스에게는 은퇴라는 개념은 낯선 것이다.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하면서 자연을 사랑하며 사는 그에게 자연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할 대상이다. 감자 한 알에 감사하는 그를 보면서 니클라스는 점점 두려움이 가시고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니클라스와 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는 도시인들이 곤잘레스 씨 곁에서 한 달만 있을 수 있다면 쫓기듯 살아가는 인생을 한 번쯤 돌아볼 수 있을 텐데.

니클라스는 100일 동안 집을 떠나 있었을 뿐이지만 그 시간은 그의 마음을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눈앞의 일에 급급하기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그가 걸어갈 날들은 그저 안전하고 쉬운 길만을 골라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지는 않겠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기는 할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편안한 삶,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꾸려가기 위해 그가 할 노력들이 기대된다. 우리가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자연과 떨어져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행동은 점차 변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일은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바로 그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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