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밍 레슨
클레어 풀러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오래전 죽은 사람을 보게 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길 콜먼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까.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발이 저절로 움직여 그 사람을 쫓아가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의 경우에는 그 대상이 아내였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을 테지만. 그러나 그는 아내를 찾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다. 길 콜먼이 헌책방에서 책을 보다가 아내의 편지를 찾는 것과 동시에 창문 너머로 아내를 발견한 것은 단지 우연일까. 죽은 아내, 죽은 아내의 편지, 사고로 이어지는 첫 장부터 내막이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길 콜먼의 아내 잉그리드가 쓴 편지와 현재 이야기가 교차되며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교수와 학생이었던 둘이 결혼한 후 런던을 떠나 한적한 도시에 정착해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두 딸을 키우며 사는 이야기가 어떨 것 같은가.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떠올렸다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편이 좋다. 한없이 비겁한 남자로 인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잉그리드의 모습에 풍경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테니. 극도로 이기적인 사람, 소중히 여겨야 할 대상을 항상 잘못 선택하는 사람과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게 될 뿐이다. 유명한 소설가, 아름다운 아내와 사랑스러운 두 딸이 있는 길 콜먼의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항상 부재중인 남편을 기다리며 편지를 남겼던 잉그리드의 마음은 어땠을까.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꿈이 모두 사라졌음을, 반짝이던 시절을 허망하게 보냈음을 이야기하는 그녀. 남편으로 인해 힘든 상황에서도 남편의 사랑을 기대하는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집에 쌓여 있는 책 중에서 한 권을 골라 편지를 꽂을 때 그녀는 길이 편지를 발견하리라고 기대했을까. 자신이 사라진 후 그녀의 편지를 다 찾아내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 줄 거라 생각했을까. 어쩌면 발견하든 못 하든 그렇게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다만 자신의 생을 천천히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한 것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라질 시간을 앞두고 자신의 생각을 공고히 하기 위해.

표지의 분위기가 이 소설의 이야기를 잘 드러내는 듯하다. 어두운 바다에 들어가 텅 빈 눈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이 처연하다. 잉그리드는 수없이 많은 시간 동안 물속에서만 자유를 느꼈으나 그 마음만은 그다지 자유롭지 않았음을 그 누구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12년이 지난 뒤에야 밝혀지는 한 여인의 인생을 보면서 그녀가 어디에선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바다에 수영하러 갔다가 영영 나오지 못한 잉그리드. 사고, 자살, 실종이라는 다양한 의견을 내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 주변 사람들의 무심함이 여전히 마음에 걸린다. 그 자리에 있는 게 당연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 당신에게 말로 하지 않느냐고요?
당신이 여기 없으니까요.
있어도 들어 주지 않을 테니까요.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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