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 독립근무자의 자유롭고 치열한 공적 생활
서메리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중소기업에서 대기업까지 조직 생활을 섭렵한 뒤 회사 체질이 아님을 깨닫고 퇴사를 결심한 저자의 이야기이다. 회사 없이 먹고 살 수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보낸 몇 년의 기간을 자세히 실어 놓았다. 저자처럼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한 날들을 보내며 우울해지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긴다면 그때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정말 자세히 봐야 할 때다. 더 지체하다가는 건강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예전 회사를 그만뒀던 때가 절로 떠올랐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탈모가 진행되던 그때 퇴사를 결심한 게 얼마나 잘한 결정이었던지. 우울한 날들 속에서 조금만 더 지체했으면 우울증에 걸렸으리라.

저자는 조직 생활에 적응할 수 없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조직을 완전히 떠나 프리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적성을 고려해 출판 번역을 해보기로 하고 영어 학원, 출판 번역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번역 실력을 다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실력 있는 번역가들 사이에서 자신을 드러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녀는 평범한 자신에게 도움이 될 플러스알파를 위해 또 다른 도전을 한다. 웹툰에 도전하고 1인 출판을 해보기도 한다. 물론 그 길은 순조롭지만은 않다. 일감이 없어 전전긍긍할 때도 있고 비어가는 통장을 보며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코 회사로 돌아가지는 않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보낸 3년 이후로 저자는 번역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면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회사를 다니던 시절보다는 확실히 행복한 삶을 사는 중이다.

이 책은 프리랜서에 대한 좋은 점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회사에서 느낄 수 없는 자유와 가능성을 얻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수입원이 없다는 데서 오는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하고 혼자서 최소한 네 사람 역할을 해야 하는 등의 고충이 상당함을 드러낸다. 나도 프리랜서나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될 듯하다. 영어 좀 한다고, 코딩 좀 한다고 당장 번역가, 개발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저자와 같이 조직 생활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라면, 그 모든 고충을 감수하고서도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면 진지하게 프리랜서의 길을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단, 일감이 끊이지 않는 화려한 모습의 프리랜서보다는 생계 밀착형 프리랜서로서의 자신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중간중간 나오는 짧은 만화가 책 읽기를 즐겁게 했다. 프리랜서의 삶과 프리랜서가 되고 싶은 이들이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이 담겨 있는데 퇴사 전에 1년 치 생활비를 모아두라, 퇴사하는 순간까지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라는 현실적인 조언들이 기억에 남는다. 프리랜서가 되는 길은 많지만 그 과정은 쉽지만도 않고 막상 프리랜서가 되어서도 일감을 따내는 일이 녹록지 않으니 그에 대비한 저축은 꼭 필요하겠다. 또한 예전에 일하던 사람들과 일적으로 관계를 맺을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사람과의 관계의 중요성은 말해 무엇 하랴. 정말 무슨 일이든 쉬운 일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 책이 로망이 아닌 현실을 보여주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마음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이제 나는 우중충한 기분을 감춘 채 좋은 아침이라고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 안녕한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의 안녕을 물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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