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잘될 거야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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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에는 마리코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 3명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각각 회사에 들어간 지 2년, 12년, 20년이 된 이들의 회사 생활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 열심히 일하면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어릴 때의 생각이 금세 사라지게 만드는 회사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할 일을 다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보면서 계속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여성들의 이야기, 사내정치 이야기에 일본도 비슷하구나 싶고 마리코들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상황들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그럴 때도 있지 중얼거리기도 하고.

책속에는 회사에 잠깐이라도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들이 계속해서 흘러간다.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 일처리하는 방법도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엮어간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유리천장을 뚫고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부장이 되는 구와타이다. 열심히 일하고 주변을 챙기며 바쁘게 지내는 그녀는 능력 있고 성격까지 좋다. 후배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비슷한 연배의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기도 한 그녀는 언제 봐도 여유가 넘친다. 구와타라고 왜 힘든 일이 없겠는가. 일은 많고 견제하는 사람들도 뻔히 보이는데. 그럼에도 그녀의 기운 넘치는 모습은 작은 것에 감탄하고 행복해할 줄 아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잠시라도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그녀가 멋지게만 보인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른 이들에게 힘을 주는 이가 어디 흔한가 말이다.

책장을 넘기며 입사해서 내가 있을 곳이 여기가 맞는지 의심하면서도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품기도 했던 20대 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어느 정도 경력은 쌓았지만 사람관계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는 요즘을 책 내용과 겹쳐보기도 한다. 더 나이가 들어서는 일터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애써 올라간 산 위에 펼쳐진 밋밋한 평지를 바라보는 마리코들의 모습을 몇 차례나 답습하지 않을까. 실망해 시무룩하게 있는 그들처럼. 그러나 작가는 불안해하지 말고 쉬어가라고 권하는 듯하다. 멋진 선배, 구와타도 말하고 있지 않나. "자, 보라고. 오늘의 저녁놀이 빛나고 있잖아. 우리들도 지금 이 순간, 빛나고 있는 여성들이라고." 그래. 미리 걱정하지 말자. 잘될 거라고 되뇌이며 살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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