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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9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천은실 그림, 정지현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3월
평점 :

겨울이 차디찰수록 봄은 더욱 따뜻해진다. 살을 엘 듯한 칼바람에 시달리다 드디어 찾아온 봄바람에 몸을 맡기면 얼마나 포근한지! 메말랐던 온 세상에 서서히 색이 입혀지며 푸르러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 준다. 메리가 비밀의 화원에서 느꼈던 감정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살아있는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삶의 기쁨을 찾아가는 아이의 눈에 기쁨이 어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너무 마르고 생기도 없었던 아이가 얼마나 활기차고 건강해지는지 바라보며 아이의 기분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신선한 공기와 향기로운 꽃들,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와 작은 동물들 사이에서 자라는 아이의 마음은 건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인도에서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채 살던 메리가 영국의 고모부 댁으로 와 생활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마음이 아팠다. 어린아이에게 주어져야 할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한 아이가 어떻게 비뚤어지는지, 그 마음의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를 느끼며 아이에게 새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메리는 좋은 친구 디콘, 사촌 콜린과 함께 어울리며 자연 속에서 점점 밝아져 간다. 인도에서 느끼지 못했던 따스한 사랑을 느끼고 매일을 기대 속에서 시작하게 된다. 아마 죽은 부모는 메리가 이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겠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모르는 부모였으니 말이다. 그들 또한 사랑받지 못했기에 사랑을 줄줄 몰랐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이 책에서는 메리뿐 아니라 콜린의 아픔도 함께 다루고 있다. 고모부의 병약한 아들인 콜린이 동갑내기인 메리에게 좋은 영향을 받아 차츰 건강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이 보기 좋았다. 방치되어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는 아이들이 10년 동안 버려져 있던 비밀의 화원을 가꾸면서 몸과 마음이 자라는 모습에 얼마나 뭉클했는지 모른다. 자연에 대해 뭐든 알고 있는 디콘이 이들과 함께 해 정말 다행이었지 싶다. 식물에 대해, 자연에 대해,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화원을 가꿔가는 아이들. 이들 사이에 확고한 우정이 꽃 핀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꽃과 나무를 보며 감탄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동물을 바라볼 줄 아는 이 아이들은 나중에 어떤 어른으로 자랄까. 적어도 커서 아이를 낳게 되면 사랑으로 보살필 줄 아는 부모가 되지 않을까.
<비밀의 화원>은 온통 회색빛이던 화원이 푸른색으로 변하는 모습과 자기밖에 모르던 아이들이 사랑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우러지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 아름다운 자연을 표현하는 문장들을 보면서 어릴 때 뛰놀던 숲이 그리워졌다. 방학이면 가곤 하던 친척 집에서 우리는 얼마나 신나게 하루하루를 보냈던지! 얼굴이 가무잡잡해지고 다리에 힘이 붙던 나날들이 그립다. 잘 안 먹던 아이가 많이 먹는다고 좋아하시던 부모님의 얼굴도 떠오른다. 자연 속에서 몇 달 만이라도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현실 속에서 이루기는 힘들 듯하지만 그래도 마음속에 작은 정원을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 언제든 작은 아이였던 때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푸르른 정원을 간직하고 싶다.

얘야, 네가 장미를 가꾸는 곳에는 엉겅퀴가 자랄 수 없단다.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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