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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테라오 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발뮤다에서 나오는 제품들은 실용적이면서 아름답다. 기존의 가전제품과 다른 디자인은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기술력이 합해지니 그 효과가 더 잘 나타나는 듯하다.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면 기분이 어떨까. 발뮤다 대표 테라오 겐은 예전에는 음악으로, 지금은 가전제품으로, 전세계와 공감하겠다는 자신의 소망을 실현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예술적 재능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분야에서 꽃을 피우기까지의 녹록치 않았던 여정을 담고 있다.
어릴 때부터 현재까지 그가 겪은 일들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사뭇 다르다. 10대에 세계를 누비며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고 다양한 문화 속에서 세상의 아름다움에 눈떴던 그는 일본에 돌아와 록밴드에서 노래를 부르다 가전회사를 차린다. 그 이력이 특이한데 아들이 어릴 때부터 넓은 세계를 보여주던 어머니, 학교를 그만두고 자신의 길을 찾고자 하는 아들을 지지하는 아버지가 그의 뒤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의 상상력을 키우고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 사람들 틈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자신의 재능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고 결코 의심하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가 걸어온 길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좋은 대학과 좋은 회사가 좋은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한편 절대적인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해진다. 테라오 겐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다면 어려운 상황을 겪어 내는 시간이 조금은 짧아지게 될까. 밑바닥까지 내려가더라도 다시 오를 힘을 내기가 더 쉬워질까. 그를 보니 평범한 이의 입장에서 그저 조금만 더 나 자신을 믿어 보자는 마음이 생긴다.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발뮤다 제품은 테라오 겐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몸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을 재현하는 선풍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을 구워 내는 토스터, 물항아리처럼 생긴 가습기 등은 첨단 기술을 내부에 품고 아날로그 감성을 외부로 드러낸다. 유려한 디자인 속에 살아있는 각 제품의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계속해서 흔들 것이다. 세상에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사람들과 교류하려는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몇십 년 뒤에 또 한 번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