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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평점 :

사람다운 삶이란 무엇일까.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며 29명의 작가들이 모여 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생전, 우리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가감 없이 바라보던 박완서 작가를 떠올리게 하는 글들이다. 우리는 때로는 우울하다가도 행복을 느끼고 절망하다가도 한순간 희망을 떠올린다. 사람 사는 데 별일이 다 있다 싶다가도 너무 무료해 무슨 일이든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한결같지만은 않은 우리네 인생이다.
작가들이 쓴 짧은 소설들은 이런 우리 모습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온갖 감정에 시달리는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나가는 걸까 생각하다가 그렇지, 이렇게 별것 아닌 일에 눈물을 쏟고 지나간 일을 후회하고 사랑하는 이와 멀어지기도 하는 거지. 그러다 친하지 않은 이의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애인의 옛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마음의 온기를 느끼기도 하는 거지 하며 혼자 중얼거리게 된다. 김숨, 박민정, 백민석, 백수린, 이기호, 정세랑, 조남주 등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을 특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불안한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백수린의 '언제나 해피 엔딩'이 기억에 남는다. 다른 이들도 겪고 있을 불안, 끝도 없는 불안을 민주가 언젠가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눈물, 한숨, 기대, 사랑, 열정이 모두 담겨 있는 책 한 권을 보면서 박완서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정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지 않은 때의 이야기를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문체를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다. 아마 앞으로의 삶도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으며 그렇게 살게 되겠지. 어쨌거나 늘 행복하지만은 않은 나의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면서 나아가기로 한다. 사람답게 사는 것, 그게 중요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