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성역 1 - 노아즈 아크, Novel Engine POP
카지오 신지 지음, toi8 그림, 구자용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2016년에 영국의 의료 저널 란셋에서 2030년 한국인 기대 수명을 여성 90세, 남성 80세라고 예측했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는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중세 유럽인의 평균 수명이 30년이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오래 살고 있는 셈인데 딱히 놀랍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아주 느린 속도로 변하던 세계가 최근 백여 년 동안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한 데다 갈수록 더 많은 것들이 더 좋게, 더 편리하게 변하리라고 생각하는 믿음이 아주 굳건히 사람들의 마음을 지탱하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사람의 수명은 얼마나 더 연장될 수 있을까. 몇백 년 후에는 상상할 수없이 오래 살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지 심히 궁금하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수명의 길이뿐 아니라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지구의 환경, 의식주, 과학 기술 등 모든 것이. SF 소설을 볼 때마다 미래를 상상해본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사람들이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지, 쉽게 파괴되지 않는 소재로 집을 만들게 될지, 오염된 물을 정화할 수 있는 기술이 생겨 죽어가는 바다와 강들을 되살릴 수 있을지 등을.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환경, 인구, 전쟁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할 것이다.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점점 지구 밖으로까지 뻗어 나간다. 벌써부터 여러 나라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우주 개척에 쏟아붓고 있으니 언젠가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지닌 행성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고 그곳으로 가기 위한 방안도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먼 훗날, 거대한 우주선에 수많은 사람들이 탑승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

3만 명을 태우고 170광년을 여행하는 노아즈 아크호를 보니 지금의 생활이 얼마나 만족스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우주선이지만 개인의 공간은 좁디좁고 활동을 제약하는 규칙은 또 얼마나 많은지. 우주선 밖으로는 한발 내딛지도 못하는 생활을 견뎌내는 사람들이 대단하게만 보인다. 몇백 년 동안의 여행, 몇 세대를 거친 이 여정의 끝에 어떤 환경이 기다리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면서도 목적지를 향해 가야만 하는 상황은 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하고 갑갑하다. 우주선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대, 3세대 들은 좀 나을 수도 있겠지만. 태양이 폭발하면서 지구가 없어져 목표 행성으로 가야만 한다는 이유를 어릴 때부터 학습한 이들은 그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홍수로 인류가 멸망할 때 노아의 방주에 탔던 소수의 사람들은 결국 살아남았다. 이들은 행복했을까. 인류의 명맥을 잇게 되어 만족하면서 살았을까. 그렇다면 지구의 멸망을 예측하고 지구를 빠져나간 3만 명, 노아즈 아크호의 승객들은 행복할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만 생각하고 있을까. 지구에 남겨진 나머지 사람들이 성간 이동 기술을 개발해 먼저 약속의 땅, 새로운 행성에 도착해 이를 갈며 자신들을 기다린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는 이들은 사라진 지구를 애도하고 있는 걸까. 이 책에는 위기 상황에서 나타나는 극도의 이기심, 새로운 환경에서 서로를 결속하는 강렬한 복수심, 수명이 다한 지구에 남은 이들이 서로를 보듬는 이타심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우주선 안에서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 새 행성에 출몰하는 괴물들과 싸우면서 척박한 환경을 개척하는 사람들, 지구에 남아 마지막 시간을 알차게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제 어떻게 전개될까. 우주선은 무사히 새로운 행성에 도착할지, 새 행성에서 원시인처럼 살던 사람들은 문명을 이뤄낼지, 지구는 정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일지가 궁금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인류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사람의 본성은 어쩌면 이다지도 변하지 않는 것인지 신기하기도 하다. 성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있지만 새로운 행성에서는 맨몸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핵 전쟁이 일어나 지구가 멸망한 뒤, 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세상에서 원시인처럼 생활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소설이 떠오른다. 굳이 전쟁이 아니더라도 이상기후나 우주의 변화로 지구에 불운이 닥칠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본다. 기술의 발달이 지구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을 때 어떤 일들이 생길지 생각해보아야 할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때 우리의 삶도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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