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과 만났다 헤어진다. 누구라도 겪는 일이다. 어릴 때 함께 뛰어놀았던 친구들, 철이 들고 만났던 동창들, 회사 생활을 하며 만났던 동료들, 가족과 친척들. 그러나 나이가 들어 갈수록 옆에 남아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가 되고 그 많던 사람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각자의 길을 찾아 간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예전에 알았던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때의 놀라움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친했던 사이였다면 너무나 반갑고 얼굴만 알던 사이였더라도 친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대부분 인사를 나눈 후 스쳐가지만 그래도 옛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웃음을 머금게 된다. 물론 그 사람과의 사이에 맺힌 게 없을 경우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떠오르곤 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친했던 사람들, 그냥 알던 사람들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저절로 떠올라 마음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이. 서로 오해를 했건 한쪽에서 오해를 했건 사이가 틀어진 뒤 다시 회복하지 못했던 관계들은 무의식 속에 영원히 자리를 잡게 되는 걸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지만 잊을 만하면 생각나는 그들에게 나도 그런 존재일지 생각해보기도 한다. 어쩌면 엉킨 매듭을 풀고 싶다는 마음이 몰래 자리 잡은 것일 수도 있겠다. 6편의 단편 중 표제작인 '다시, 만나다'와 '매듭'이 좋았던 이유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였다. 시간이 지난 뒤 재회한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응어리진 그 마음을 해소하는 걸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 어쩌면 꿈에 나타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같은 시간을 공유하던, 한때는 친했던 그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 그때의 일을 꺼낼 수 있을까. 만약 그런 기회가 온다면 지나간 일을 괜히 들추는 사람이 되더라도 말을 꺼내보고 싶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세월도 있다'라는 말을 생각하면서. 결말이 어떻게 날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 일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의 삶을 더 충실히 살아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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