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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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뭐 그까짓 일로 울고 그러냐는 핀잔을 여러 번 듣고 후회했다. 이런 일로 울면 안 되는구나 생각하며 다른 사람 앞에서는 울지 않기 시작했고 마음은 슬픈데 드러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습관은 그때부터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눈물이 많은 모습을 보이기 싫은 마음, 내게는 대단한 일이 상대에게 그까짓 일로 치부되는 데 대한 속상함 등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 뒤로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야 눈물이 흘러넘치면 그냥 내버려두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정의 그릇은 모두가 달라서 조금만 차도 넘치는 사람이 있고 많이 차도 공간이 남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 무슨 기준을 세워야 할까. 슬프면, 마음이 아프면, 그래서 눈물이 넘치면 그저 비워내면 그뿐이다. 내 마음의 주인은 오직 나. 그러므로 이 책의 제목처럼 그냥 흘러넘쳐도 좋다. 저자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괴롭고 슬픈데도 눈물을 밖으로 밀어내지 못하면 몸속의 울음이 우물처럼 고여 썩을 수 있다'고. 이제 눈물이 흐르면 곧 찾아 올 마음의 평안을 기대하게 된다. 

가끔, 아끼는 사람들이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위로가 필요한 이의 곁에서 조용히 곁을 내주는 것 말고 더 좋은 게 있겠는가. 눈물이 흐르는 상대의 눈을 보면서 함께 눈물 흘리고 그 손을 잡아 온기를 전하는 것 말고 위로하기에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햄릿처럼 "내 영혼아, 조용히 앉아 있자!"고 말하는 저자를 떠올려본다. 입을 열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그 아픈 마음을 헤아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에는 나를 위한 글귀가 가득하다. 책장을 넘겨보지 않았으면 영영 몰랐을 글귀들이 하나씩 마음에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터득한 것, 사랑, 믿음, 위로, 행복, 마음에 대한 지혜를 엿볼 수 있어 더없이 좋다.

때때로 힘들 때 곁에 있는 책을 통해 힘을 얻는다. 어느 순간 마음에 닿은 문장은 그 순간을 무사히 보내게 한다. 메마른 마음을 적신 단 한 문장은 그렇게 오래도록 마음에 남게 된다. 사실 가끔은 거창하고 특별한 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나를 위해 돈을 써가며 옷이나 가방 따위의 물건을 집에 가져다 놓고, 살고 있는 나라를 떠나 지구 반 바퀴를 돌기도 한다. 그럴 때 기분이 나아지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것보다는 아주 작은 것에서 오는 만족감에 마음을 더 뺏기게 되는 것 같다.

따뜻한 말 한 마디, 마음을 흔들어 놓는 한 문장에 스르르 마음이 녹아내릴 때의 느낌을 도대체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이 책이 좋은 이유도 그래서이다. 저자가 읽은 많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들을 추려 내었으니 어찌 좋지 않을 수가 있을까. 지치고 슬플 때 서서히 마음을 회복시킬 문장들.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이 문장들을 만나니 각 문장을 담은 책을 모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저자와 같은 곳에 밑줄을 그을 수도, 다른 곳에 밑줄을 그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상상하기만 했는데도 기분이 좋아졌다는 데 있다. 시간이 갈수록 내게는 작은 것, 아주 작은 것이면 충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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