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되었지만 잘 살아보겠습니다
니시다 데루오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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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스트레스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배우자를 잃었을 때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가장 컸었다. 솔직히 결혼 전에는 이런 기사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한다. 세상에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슬퍼지는 일이 있다. 가끔, 배우자가 사망한 뒤 남은 한 명이 며칠 있다가 죽음을 맞았다는 뉴스를 접한다. 이는 극심한 호흡곤란과 가슴통증을 동반하는 상심 증후군 때문이라고 한다. 마음의 고통이 얼마나 컸으면 몸이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 언제나 옆에 있을 것거라 생각했던 배우자를 떠나보내는 일은 상상보다 더 힘들 것임이 분명하다.

이 책은 일흔의 나이에 아내를 떠나 보낸 남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자의 평균 수명이 여자보다 짧다고 생각해서 자신이 죽은 뒤에 남겨질 아내를 걱정하기만 했던 그는 정작 자신이 홀로 남겨지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안과 의사이자 연구자로 밤늦도록 학교에서 생활하던 그는 집안일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집안을 정리하는 일도,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출장 준비를 하는 것도 그의 손을 거친 적이 없으니 당황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는 안과 분야에서는 전문가이지만 집안일에서는 초보 중의 초보니까. 아내가 떠나고 집안 곳곳에 남겨진 유품을 보며 상념에 젖어 있던 그는 아주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온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이 있으니 어떻게든 홀로 서야하지 않겠는가.

어디에서 무엇을 찾아야 하고 어디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난감했던 그, 집안뿐 아니라 정원은 어떻게 돌봐야 할지, 은행 업무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몰라 쩔쩔매던 그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모르던 것을 한 가지씩 천천히 익혀 간다. 집 안팎을 돌보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떠난 아내의 노고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에 감사함이 차오르고 아내와의 추억은 슬픈 것에서 소중한 것으로 변해간다. 그는 이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고 한 달 생활비가 얼마 정도라는 것도 안다. 일 년이 넘어서야 익숙해진 일들을 통해 그는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담담하게 그려내는 저자의 말투가 좋다. 감상에 빠지지 않지만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잘 전달해 더 좋다. 책을 읽으면서 나이가 들었을 때의 일을 그려보았다. 만약 남편을 먼저 보내게 된다면 그 마음이 어떨지도 상상해보았다. 그러자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지금보다 좀 더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게 중요하겠다 싶다. 계절이 바뀔 때는 집안 정리도 함께 하면서 소소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싶다. 상대에게 무조건 맞춰주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겠다. 언젠가 맞을 죽음이라는 단어를 너무 무겁게만 생각하지 않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일을 한 번쯤 미리 생각해 보니 인생이 다시 보인다. 남편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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