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랑 - 김충선과 히데요시
이주호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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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이 질문을 떠올리게 만든 작품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으로 귀화한 김충선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며 상상할 수 있었다. 조선에서 태어나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 아이일 때 일본으로 건너가야만 했던 사정, 일본에서 조선인이라 멸시받으며 감내해야만 했던 세월, 고아와 조선인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조총을 다루는 능력을 인정받은 뒤 오히려 행복과 거리가 멀어지는 그의 인생까지.

일본을 통일하려는 야심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했던 일들이 자신의 소중한 존재를 위협하는 칼날이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힘껏 살아낸 시간들을 되돌려 그저 이름 없는 이로 살아가고 싶지 않을까. 낭중지추라. 능력이 출중하면 남의 눈에 띄게 마련인데 그것도 야심이 있는 사람에게라야 좋은 것이지 김충선에게는 별로 고마울 것 없는 일이라는 게 비극이라 할 수 있겠다. 총기를 직접 만들어내는 그가 전쟁을 일으키는 이들이 탐내는 인물이 되었으므로 정치적으로 얽히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소중한 사람과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자 한 소망이 헛된 바람이 되어 버리는 상황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 책은 능력에 도취되어 거만해지는 일부 영웅과는 달리 처음과 끝이 같은 김충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진중하고 사려 깊은 그의 모습은 인간미가 넘친다. 저자는 조선 출신의 일본인으로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했던 그,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길을 선택한 김충선의 행적을 실감나게 묘사해 혼돈의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의 마음을 좀 더 알고 싶어지게 한다. 전쟁을 일으키는 쪽이나 막는 쪽이나 많은 희생자를 내는 전쟁의 와중에 느꼈을 온갖 감정들이 마음 속에 어지럽게 떠오른다. 임진왜란을 겪으며 온몸을 던져 싸웠던 조선인들과 조선의 편이 되어 자신의 조국을 향해 칼을 들어야만 했던 일본인들을 모두 함께 기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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