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 정해진 대로 살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매일
김멋지.위선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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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들이 여행을 떠났다. 며칠이 아니라 2년 동안. 표지에 적힌 여행 기간을 보고 깜짝 놀랐다. 2년! 그것도 친한 친구와 함께 떠난 여행이라니! 절로 10년 전, 친구와 한 여행이 떠올랐다. 평소에 정말 마음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함께 떠났는데 여행 스타일이 너무나 달라 좀 힘들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친구가 예정대로 먼저 돌아간 뒤 남은 일주일을 얼마나 신나게 보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오랜 기간을 같이 여행한 작가들이 부럽다. 마음 맞는 친구와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운이 아닐까.  

프롤로그부터 범상치 않다. 까딱하면 비행기를 놓칠 뻔하며 아슬아슬하게 떠난 이들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하게 만든다. 비행기를 놓쳤다면 김이 새버려 기대감이 모두 증발해버리지 않았을까. 어쨌든 다행이다. 대책 없이 떠나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겪으며 당황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눈앞에 그릴 수 있게 되어서. 여행 초반부터 소매치기를 당하고 여권을 잃어버리면서 차츰 고생에 눈을 뜨는 이들. 앞에서는 웃으면서 뒤에서는 뒤통수를 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만나지만 이들은 낙심한 채 고개를 떨구고 지내지는 않는다. 여행을 즐겁게 만드는 요소는 도처에 널려 있기에.

작가들은 이국적인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골목길들을 누비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며 한국에서는 절대 해보지 못할 다양한 활동도 열심히 해본다. 거기다 매일 밤 다양한 술로 멋진 휴식 시간을 만들어 간다. 솔직히 2년이나 되는 여행이 매분 매초 즐거울 수야 있나. 그러나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장기여행의 슬럼프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들이다.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라는 걸 이렇게 생생히 보여주다니! 이제 고생했던 기억과 일탈로 인해 행복했던 추억을 평생 함께 조금씩 곱씹으며 살아가겠지. 가보지 못한 곳을 또다시 함께 여행한다는 소식이 언젠가 들릴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을 때는 '작가의 말' 부분을 먼저 본다. 이 부분이 마음에 들면 책 내용이 더 잘 다가오는데 이 책 또한 그랬다. 작가들은 여행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으며 살면서 꼭 배낭을 메고 떠나야 할 이유 또한 없음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다만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음을, 반듯한 길을 가지 않더라도 잘 살아갈 수 있음을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갈까 말까 싶은 순간에 포기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겪은 일들, 겪고 있는 일들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학업에, 취업 준비에, 회사 생활에 짓눌려서 제대로 숨쉬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의 마음에 자신감이 슬쩍 깃들기를 바란다. 내 인생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용기를 얻게 된다면 좋겠다. 그것이 작가들이 바라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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