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서블 포트리스
제이슨 르쿨락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컴퓨터로 메일을 보내면 상대는 몇 시간 뒤에야 메일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보내겠는가? 아마 모두가 아니라고 대답하겠지만 1980년 대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상대가 멀리 떨어져 있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않겠는가. 모든 것이 지금과는 다르던 시절, 전화로 약속 장소를 정하고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낭만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오는 책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부모와 교사의 권위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무게를 지니고 있었던 그때는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듯하다. 청소년이 혼자 가서는 절대로 살 수 없는 잡지가 그 증거인데 금서, '플레이 보이' 한 권 때문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보며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허세를 부리는 소년들이 얼마나 순진한지! 

잡지를 손에 넣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도 재미있지만 컴퓨터 게임을 만드는 과정도 흥미롭다.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창의성과 성실함을 겸비해야 하는 것이구나. 안 그런 척 하지만 여린 마음을 가진 아이들의 돈독한 우정, 누구에게나 찾아드는 설렘 가득한 첫사랑, 컴퓨터에 대한 열정까지 그 모두가 눈부시다.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잔뜩 만들었으니 축하해야 하지 않을까.

모든 것이 빨리 진행되는 현재와는 다르게 느린 삶을 살아가는 그때의 사람들이 참 행복해 보인다.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증을 느끼고 하루 종일 종종걸음 치며 조급한 마음을 끌어안고 사는 우리와는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다.집집마다 컴퓨터를 들여놓고 살 것이며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있을 거라는 전문가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던, 느긋하고 여유 있는 사람들 틈에 섞여 사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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