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소녀 Wow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위즈너 그림, 도나 조 나폴리 글,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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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름을 부름으로써 새로운 존재를 인식한다. 처음 보는 동물의 이름을 찾아보고 처음 마주하는 사람의 이름을 물어본다. 이름을 알게 되는 모든 것들은 곧 의미 있는 것이 된다. <인어 소녀>를 읽으며 어린 인어를 발견하고 돌보는 넵튠이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수족관을 경영하면서 바다의 신이라는 역할을 맡아 공연하는 그를 인어 소녀는 '넵튠 아저씨'라 부른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사실은 그가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어 소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자신의 이름을 알려줄 필요도, 소녀의 이름을 지어줄 필요도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수족관에서 살아가는 인어 소녀는 12살이나 되었을까. 넵튠이 지배하는 이 세계만이 안전하다고 믿던 인어 소녀는 인간 소녀 리비아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세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넵튠이 그녀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꾸며냈던 이야기들은 더이상 그녀를 막을 수 없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다. 그러나 이름을 갖지 못했던 인어 소녀는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른 채로 무표정하게 살다가 리비아가 이름을 붙여준 뒤 얼굴에 생기를 띤다. 매일 긴장하며 살아야 했던 그녀가 자신에 대한 비밀을 알아가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뜨는 과정이 아슬아슬하면서 눈물겹다.

어릴 때 '인어 공주'를 읽고 바닷속에 존재할 인어를 상상했었다. 다리가 생겨 사람 속에 섞여 살고 있는 인어도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이 책을 보고 다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갇혀 있던 인어 소녀가 우리와 같은 모습이 되어 자연스럽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수족관에서 오랜 세월을 지낸 그녀가 인간세계에 잘 적응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도. 우정의 힘을 통해 거짓 너머로 한 발을 내딛게 된 미라의 앞날은 어떻게 펼쳐질까.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통제된 세상에서 사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그녀의 미래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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