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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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다. 음식을 먹을 때 대단히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주인공을 보면 절로 군침이 돌아 집에 먹을 게 있는지를 살피게 만드는 드라마다. 평범한 음식점에서 일상적인 음식을 먹으며 행복을 느끼는 주인공을 통해 시청자도 덩달아 만족감을 느끼게 되니 시청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화려하지 않은 음식의 매력을 진솔하게 표현한 이 드라마의 원작자는 그의 에세이를 통해 음식을 대하는 그만의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음식을 먹을 때 절대 한눈파는 법이 없는 그를 보고 있으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이 절로 떠오른다.

단팥빵 한 입, 흰 우유 꿀꺽~
아, 추억이 나를 부른다. (p.95)

이 책에는 라면, 돈가스, 볶음국수 같은 음식에서부터 샌드위치, 단팥빵 같은 간식,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식재료인 양배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을거리가 나온다. 각 음식에 대한 이야기에는 저자의 경험이 담겨 있는데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비법도 나와 있어 따라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돈가스, 밥, 양배추가 차례로 입안에서 만나면 궁극의 조화를 이룬다는 글을 보면서 그 식감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다음에 카레를 만들 때는 락교를 준비해서 같이 먹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단팥빵은 마침 집에 있어 흰 우유와 함께 먹어보았다. 단팥빵의 단 맛에 우유의 부드러운 맛이 얼마나 조화로운지 다시 느끼며 맛을 표현하는 내용에 맞장구쳤다. 평소보다 더 맛있게 느껴진 것은 왜일까. 

 

책이 가벼워 들고 다니면서 짬짬이 읽기도 하고 집에서 자기 전에 읽기도 했는데 하필이면 밤에 라면이 나오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저자가 '환장하게 좋아하는' 음식이니만큼 라면에 대한 묘사가 실감난다. 라면이 만들어지는 것만 봐도 행복해 웃는 그가 후루룩 소리를 내며 그릇을 비우는 모습이 라면을 먹으라고 유혹하는 것만 같다. 만두와 맥주를 곁들인 라면을 다음날 저녁에 먹으리라 다짐하게 만드는 걸 보면 이 책은 '식욕 자극 에세이'라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무래도 이 책은 낮에 읽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정말로 맛있는 음식이란 입으로 들어온 감칠맛과
그에 따라오는 추억이 더해졌을 때
완성되는 것 아닐까. (p.220)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배가 고픔을 고백하며 아재 개그를 선보이는 그의 글 앞에서 점잔을 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자신을 닮은 캐릭터를 세상에 내보내 먹는 즐거움을 전파한 저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음식을 탐험하며 유쾌한 이야기를 내보이겠지. 우리는 또 오감을 자극하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맛있는 탐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을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왕 먹는 음식, 좀 더 맛있게 먹는다면 인생을 살아가는 재미가 한 가지 추가되는 게 아닐까. 음식을 먹으면서 새로운 추억거리를 만드는 시간, 작은 행복과 여유를 누구나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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