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문득 아름다운 것들을 봐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저자는 꿈꿔왔던 곳을 10년에 걸쳐 가보기로 한다. 일일이 계획을 세울 필요도, 어학 공부를 따로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신청만 하면 되는 패키지 여행을 통해. 아마 떠나기 전에는 몰랐을 것이다. 가족, 연인들 속에서 혼자 다니면서도 여행의 즐거움을 그토록이나 온전히 즐기게 될 줄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마스다 미리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에세이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여행에 대한 꿈이 점차 커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책에는 짐 꾸릴 때 참고할 만한 내용과 여행지에서 특별히 봐두면 좋을 풍경, 음식 등이 나온다. 이곳에 가게 된다면 꼭 들르고 싶은 장소와 먹어 봐야겠다 싶은 음식에 표시를 해가며 읽었다. '하르스타드에서 오로라를, 몽생미셸 맞은편에서 몽생미셸의 전체적인 모습을 바라보고 '악마의 목구멍'이라는 이구아수 폭포를 보러 가야지. 코펜하겐에서는 잠시 쉴 때 시나몬 데니쉬와 커피를 먹고, 슈투르가르트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글루바인을 마시면 좋겠다. 일행과 정답게 이야기 나누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즐겁게 책장을 넘겼다. 글 중간에 나오는 만화를 읽는 것도, 여행지에서 사온 기념품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여행 노트에 대한 내용이 나올 때는 예전에 쓴 여행 노트를 들고 와서 들춰보며 잠시 추억에 젖기도 했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글을 보면 그때의 기분이 생각나니 참 신기한 일이다.  

자유 여행이나 패키지 여행이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동안 자유 여행만을 했던 이유는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모른다는 데 대한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대신 정말 성격이 안 맞는 사람을 만나면 불편할 수 있으므로. 정확하게는 개인적인 질문을 퍼붓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저자가 패키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적절히 친밀하게 지낸 뒤 산뜻하게 헤어지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서로 배려하면서 예의를 지키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패키지 여행이 얼마나 즐거울까. 보고 싶었던 풍경을 보고 마음 무거워지는 일 없이 오로지 새로운 곳에만 집중하면 되니 말이다.

그래도 언젠가 혼자서 여행을 하게 된다면 패키지 여행을 이용해보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항공권을 구하고 일정을 짜는 게 정말 귀찮아지니 어쩌면 나에게 잘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떤 사람과 일행이 되든 기분이 좋고 나쁠 일을 미리 점치지 말고 여행하는 데 집중한다면 저자보다도 더 즐겁게 여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그때는 오랫동안 꿈꿨던 오로라를 보러 갈 때가 되지 않을까 한다. 한 번뿐인 인생,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유쾌함을 선사하는 마스다 미리. 다음엔 어떤 이야기로 찾아올까. 여행기를 만화로 그린다면 정말 재미있지 않을까. 괜히 혼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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