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다정한 문장 - 카피라이터의 시선에 포착된 마법 같은 문장들
이시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카피라이터는 짧은 문장에 많은 것을 담아낸다. 예전에 그들에게 기발한 생각이 퐁퐁 솟아나는 샘이 있지 않을까 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시선을 붙들고 마음을 끌어당기는 문장을 만드는 사람들을 여전히 동경하고 있다. 이 책은 문장의 힘을 믿는다는 카피라이터 이시은 씨의 두 번째 에세이집이다.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문장들, 살면서 가슴에 담은 문장들을 생활 속에 녹여냈다. 광고 나레이션, 드라마 대사, 소설 속 문구, 좋아하는 작가의 편지글에서 문장을 얻어 현재를 살아갈 힘을 내는 모습이 잔잔히 전해진다.

글 한 줄이 어떻게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을까. 그것은 글을 읽을 때의 상황과 기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마음이 울리게 되는 순간을 맞이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사람마다 가슴에 품고 사는 글귀는 그래서 모두 다르다. 슬플 때, 아플 때 떠올리고 위안을 얻을 문장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살아갈 의미를 먼 곳에서 찾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언제든 떠올릴 수 있는 문장, 힘들 때 더 위로가 되는 문장은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걱정 많고 소심한 저자에게 텔레비전 속 사람들이 말을 건넸다. 두려움을 위해 건배, 라고. 두려움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혼자만이 아님을 느낀 순간 그는 안도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두려우면 그저 두려워하겠지. 두려움을 애써 떨치려 하지 않고 그 감정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나갈 작가처럼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가릴 것은 가려가면서. 지나친 걱정과 쓸데 없는 집착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으로 지낸다면 여유로운 마음으로 좀 더 세상을 부드럽게 바라볼 수 있을 듯하다.

단 한 줄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저자는 그 한 문장을 내보내기 위해 수없이 많은 문장을 모았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그 수고를 짐작했다. 그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장들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까. 그 속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나누는 이야기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마음을 들뜨게 하고 가라앉히기도 하고 따뜻하게 하고 적당히 식히기도 하는 것. 문장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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