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꽃시
김용택 엮음 / 마음서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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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으며 할머니 생각을 했다. 꽃같이 예쁜 십대에 볼 것 없는 시골 골짜기로 시집가 고된 농사일을 하면서 매운 시집살이를 하셨더랬다. 얼굴도 모르는 할머니의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이 얼마나 미웠었는지. 지금은 세월이 좋아졌지 하시던 할머니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지금은 편한 곳에서 고운 자태로 즐겁게 지내실 거라 믿는다.

일제 치하와 전쟁을 겪으셨을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우리 곁으로 오게 되어 기쁘다. 뒤늦게 글을 배워 고달팠던 인생사를 담담히 이야기하면서 어머니들은 얼마나 좋으셨을까. 배우고 싶었지만 배우지 못했던 옛날을 뒤로 하고, 글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을 표현하는 시를 읽으며 눈물이 맺혔다. 사실 글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글을 모른 채 이런저런 볼일을 볼 때는 참 불편했겠구나. 은행에 가서는 직원에게, 버스를 타기 전에는 운전기사에게 일일이 물어봐야 했을 일들이 그려진다. 그 외에 불편한 일이 어디 한두 가지였겠는가. 이제는 주눅 들어 있던 마음들이 활짝 펼쳐졌을 것이다.

어머니 100명이 쓴 시에는 김용택 시인의 따뜻한 한마디가 곁들여져서 세상 다시없을 시가 되었다. 어렵지 않은 시, 솔직한 시, 정감 넘치는 시들을 읽으며 가슴 뭉클했다. 시는 이렇게 써야하지 않을까. 어머니들이 남은 인생을 보내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며 사실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사람들이 이 시집을 통해 자신들의 엄마와 할머니를 더 자주, 더 많이 떠올리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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