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몸도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지수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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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해야지 하면서도 몇 년째 아무 운동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 내기가 힘들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데 사실은 운동을 그렇게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았던 게 맞을 것이다. 몇 년 동안 규칙적으로 헬스장에 다녔었는데 한 번 안 나가기 시작하니 계속 빠지게 되어 운동과 담을 쌓고 있는 중이다. 좀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아서일까. 다른 운동이라도 시도했으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친구가 요가를 하고 있다고 해서 솔깃하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몸도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라는 부제를 단 책이라 눈에 쏙 들어왔다. 작가가 운동을 시작한 계기부터 운동 과정, 운동을 하면서 느낀 점들이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엮여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시작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보면 정말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달리기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뒤풀이에 참석하려고 달리기 모임에 나가는 작가의 엉뚱한 모습이 재미있다. 복싱을 하는 것도, 헬스클럽에 다니는 것도, 달리기를 하는 것도 '건강유지'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어떤 것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중점을 두고 운동을 시도하는 자세가 색다르게 다가온다. 나도 이런 것을 할 수 있구나, 어떻게 하니 더 쉽게 되는구나, 힘들지만 끝까지 해냈구나 하는 감상을 읽으며 이런저런 운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나는 '운동 장려 에세이'의 목적에 부합하는 독자이리라. 저자는 운동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운동을 한다고 한다. 헬스장에 다니면서 체중 감량 대신 현상유지만 되면 좋다는 생각을 하는 식이다. 목표를 거창하게 세운 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진이 빠지기 쉬우니 기대를 버리는 것도 좋겠다. 일단 마음이 즐거우면 좋은 게 아닐까. 즐겁게 규칙적으로 운동하다보면 건강은 따라오는 것이니.

작가는 여러 가지 운동을 한다. 스포츠 센터에도 다니고 달리기도 하며 석회동굴 트레일 러닝도 해보고 볼더링도 한다. 거기다 밤에 산을 오르기도 한다. 운동을 하는 데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열정적으로 보인다. 그는 특히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데 매번 힘들다고 중얼거리면서도 목표로 한 코스는 끝까지 달린다. 끝난 뒤에 목욕을 할까, 맥주를 마실까 계속 생각하면서. 이렇게 자신에게 주는 선물을 생각하면 운동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저자가 운동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는데 그 중에 이 포상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그렇게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런 작은 기쁨이라도 있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달콤한 초콜릿, 색이 예쁜 운동복 등을 생각하면서 운동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은근히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에게 들은 말이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힘든데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달리지 않으면 오히려 몸이 힘들어 진다는 내용이었는데 운동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신기하기만 했다. 땀을 흘리는 것도 싫지만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서 낮에 뛰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기에 더 그런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자꾸 달리고 싶어진다. 달리면서 만찬을 즐길 수 있는 프랑스 메독 마라톤에 참가하지는 못하겠지만 동네의 밤거리를 달려보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 낮에 느끼지 못했던 동네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천천히 달려보고 싶다. 길거리를 독차지하면서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를 들으면 따로 음악이 필요 없지 않을까. 중년이 되어 건강하게 지내려면 그 전부터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겠다 싶다. 일단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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