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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양장) ㅣ 헤르만 헤세 컬렉션 (그책)
헤르만 헤세 지음, 배수아 옮김 / 그책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과 정말 다르다 싶은 사람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경우가 있다. 갖지 못한 것에 끌리기 때문일까. 우리는 완전하지 못하기에 서로 보완하면서 만족을 느끼고 풍부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처럼 평생에 걸쳐 우정을 나누는 일이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깊은 우정을 유지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서로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으므로.
운명적으로 끌리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삶을 담아낸 이 책을 읽으며 사랑과 우정, 운명과 모험에 대해 생각한다. 뛰어난 학식과 흠잡을 데 없는 품성을 지녔지만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 나르치스와 눈을 반짝이며 청소년의 발랄함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골드문트가 서로를 알아가며 영향을 주고 받는 모습에서 부러움을 느낀다. 언제든 떠올리면 위안이 되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찰나의 사랑도, 가벼운 사귐도 아닌 영혼이 연결된 우정이라니! 아버지에게 금욕적인 삶을 강요받은 골드문트가 수도원을 벗어나 생동감 넘치는 세상 속으로 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언제든 나르치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유년기에 잃어버린 어머니의 기억을 되찾은 뒤, 모험을 통해 사랑을 만끽하고 예술가의 길로 들어선 골드문트가 생의 마지막 순간을 나르치스와 함께 하는 모습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영혼의 반쪽과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는 법이니. 오직 수도원 안에서만 학문을 탐구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나르치스와 세상에 온 몸을 던져 얻은 경험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골드문트의 삶은 물론 같을 수 없었지만 서로를 통해 세상을 더 폭넓게 알아갈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모두가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에 그 과정은 단 한 사람도 똑같을 수 없으며 누군가에게는 짧은 꿈 같아 아쉽게 여겨지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끝없이 계속되는 괴로움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자신이 선택해서 한 발자국씩 떼는 길 위에서 상반되는 감정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니 그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도 기왕 사는 거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로워 결국엔 단조로움이 느껴지는 여정보다는 처음에는 삐걱거리더라도 갈수록 즐거운 일이 많아지는 여정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