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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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비밀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사흘 그리고 한 인생>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는 듯 보인다. 열두 살에 불과한 앙투안이 여섯 살짜리 아이를 죽게 만든 사건을 처음부터 보여주면서 사건 자체보다는 앙투안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 그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러 아이의 목숨을 뺏은 게 아니기에 어찌할 바 몰랐던 앙투안. 그가 깊은 숲 속에 시체를 숨기면서부터 일은 커져만 간다.

앙투안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어머니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은 절대 할 수 없다는 평소의 생각을 지키기 위해 저절로 몸이 움직였으리라. 아버지의 빈자리를 스스로 짊어진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달리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없어진 아이 때문에 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혔지만 결국 아이는 발견되지 않는데 이 일은 앙투안에게 행운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아이를 숨기면서부터 이어진 사흘간 앙투안이 겪은 일들은 그의 몸과 마음을 뒤흔들고 끝없는 고통 속에 빠뜨리게 된다.

사흘이란 얼마나 짧은 시간인가.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끝없는 긴 시간이 되기도 한다. 평생 그 사흘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삶을 상상해본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지만 마음은 영원히 고향을 벗어날 수 없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약을 먹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조차 없다. 이게 과연 산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일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말 못할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게 어떤 일인지 알고 싶으면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가 얼마나 공포를 느끼는지, 어떤 절망감에 사로잡혀 사는지를 보면 그보다 더한 벌이 과연 있을까 싶어진다.

세월이 흐르고 앙투안을 쫓아오는 진실 앞에서 그가 하는 행동들을 보며 슬픔을 느낀다. 그는 결국 어떻게 될까. 앙투안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이 제각각 감춘 비밀들을 혼자만 아는 듯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것일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앙투안이 처한 상황에서 그와 그가 속해 있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을 추천한다. 반전이라 할 수 있는 부분도 좋고 세밀하게 심리를 묘사하는 전개도 마음에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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