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살고는 있습니다만
신인지 지음, 신인선 그림 / 시드앤피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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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가 함께 작업해서 만들어낸 책이다. 한 명은 그림을 그리고 한 명은 글을 써서 청춘의 일상을 그려내었다. 앞이 막막한 취업 준비생, 끝이 보이지 않아 절망하는 고시생, 서러운 계약직 근로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한마디씩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무엇이 되어 있지 못한 자신이 못나고 부끄럽게만 여겨졌다는 말에 동감이 되는 것은 나 또한 그런 시절을 거쳤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들이 직접 겪은 일들이 바탕을 이루고 있기에 현실적이다. 이들의 모습에 안타깝다가도 들여다보기 싫은 그 시간들을 가만히 헤아리며 가치를 찾아내는 모습에 뭉클해진다.

어릴 때 매일 한 장씩 뜯어내는 달력을 썼다. 이 책을 보니 그때가 생각난다. 매일 뜯어내는 게 재미있어 당번을 자처했었는데. 그런데 책을 읽고 있자니 마냥 웃고 있을 수가 없다. 익살스러운 그림체가 깊은 고민 끝에 나온 글과 어울리니 오히려 내용이 강조되어 막막한 현실을 살아내는 이들, 특히 20대의 처지가 아프게 다가온다. 젊음을 당당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아져야 할 고용시장은 어째서 갈수록 퇴보하고 있는 걸까. 합법적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인턴제, 합격자가 내정되어 있는 다수의 면접자리, 계약직 근무자에게 일거리를 몰아주는 회사의 못된 행태가 절로 떠오른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참을성이 없다는 말도 많이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그 말이 진정 취준생과 고시생들에게 할 말인지를. 3,4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아주 많이 다르다. 좁디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는 과정이 그 옛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쯤은 뉴스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청춘들이 감당해내고 있는 삶의 무게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왜 이리도 많은 것일까. 생각 없이 던지는 한 마디에 청춘은 오늘도 시퍼렇게 멍이 든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격려를 가장한 비아냥이 아니라 진정 어린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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