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보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5
닉 레이크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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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이라고는 어두운 공간과 저 아래에 있는 지구가 전부인 곳이 있습니다. 무채색 일색인 그곳에서는 똑바로 걸을 수가 없고 헤엄치듯 떠다녀야 하고 하루종일 기계에서 나는 소음을 들어야 합니다. 또한 물줄기를 맞으며 몸을 씻을 수 없고 나가고 싶다고 밖으로 고개를 내밀 수도 없습니다.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한다면 살 수 있을까요. 레오가 태어나면서부터 살았던 곳, 바로 우주정거장에서요.

이 책은 16년 동안 우주에 살았던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고향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늘 보는 풍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이야기이지요. 별다를 것 없는, 어쩌면 보잘 것 없다고 느끼는 이 생활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소망하며 살아온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려옵니다. 그렇다고 레오가 살아왔던 그 공간이 지구보다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지구와 우주의 개념을 벗어나 자신이 살아온 곳, 자신을 이루게 한 모든 것,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우리 모두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꼭 우주에서 태어난 사람 같습니다. 지구의 모든 것들에 찬탄하는 레오를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지구의 풍경을 봤을 때 이렇게 반응하지 않을까 싶은 행동을 하거든요. 작가가 우주비행사 출신도, 우주에 관계된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우주와 지구를 묘사하는 부분은 가히 장관입니다. 이렇게 섬세한 묘사를 참으로 아름답게 하는구나 싶어 마음이 뭉클합니다. 재치 넘치는 글솜씨는 금세 눈물을 뚝뚝 흘리게 하고 다시 웃게 만들고 마음을 졸이게 합니다. 레오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담담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우주 한복판에 서면 무슨 생각이 들까요. 끝없는 공간과 어둠에 짓눌려 숨막히지 않을까요. 상상만 해도 숨이 멈출 것 같던 그 장면을 이제는 새롭게 상상해봅니다. 지구를 내려다보며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레오처럼 어둠 속에서 점점이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우주 유영을 할 수 있다면! 두려움보다는 경이로움을 느끼며 신비하고도 신비한 우주로 나가고 싶어집니다.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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