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당 사건수첩
정재한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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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걱정거리를 대번에 맞추고 부적 한 장으로 그 걱정거리를 없애주는 무당이 있습니다. 그가 점을 치고 부적을 써주면 모든 일이 해결되지요. 명품 양복을 차려 입은 박수무당 한준은 그래서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를 만나려면 한 달을 기다리는 것은 예사로 여겨야 하지요. 오늘도 사람들은 미남당 문턱을 넘어보려 무던히도 애를 씁니다.

사실 한준에게 신통력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프로파일러였던 전력을 백분 발휘하고 있을 뿐입니다. 천재 해커 혜준과 흥신소 사장 수철과 함께 고객의 정보를 이리저리 탈탈 털어 손아귀에 넣고는 곤란한 문제를 뒤에서 해결하고 있지요. 고객은 절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점을 치러 온 사람들이 결과에 대만족하는 건 물론입니다. 한 번 미남당을 찾은 손님은 그 길로 영원히 한준의 신봉자가 되는 절차를 저도 모르게 밟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미남당 3인방은 지금까지 소소한 일들을 처리하면서 나름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엄청난 사건에 휘말려들고 말지요. 그러면서 경찰과도 엮이고 거물급 정재계 인사들과도 대면하게 됩니다. 사건을 그냥 놔둘 수도 있지만 뛰어들어 해결하려는 통에 다치는 것은 물론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까지 이르지만 왜 이들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자꾸 생기는지 모르겠습니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와 천연덕스럽게 박수무당 행세하는 걸 보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 소설은 가볍게 시작하지만 날아갈 정도로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이슈가 된 사회문제를 떠올리게 하고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하지요. 그렇다고 분위기가 어둡다거나 끔찍하지는 않습니다. 독특한 한준이라는 캐릭터가 팀원들과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유쾌한 이야기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책을 덮고 나니 한준이 프로파일러를 그만둔 이유와 수철이 한 배를 타게 된 사연이 너무 궁금해지네요. 후속작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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