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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빅터 -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지음, 박형동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 마을에 이런 아이가 있다.
도수가 높은 두꺼운 안경을 쓴, 행동이 굼뜨고 말이 느린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아이.
유순하고 착한 아이인 것 같지만, 친구들은 놀아주기는 커녕 말상대도 해주지 않는다.
어느날 길에서 만난 아이는 곰돌이 푸가 그려진 내복을 입고 학원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어느날은 바지를 돌려 입어 앞지퍼가 궁뎅이로 이사한 상태로 놀러가는 길이라고 했다.
실수로 일어난 일이지만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일들이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아이는 점점 자신감을 잃고 혼자 남겨진 상황을 당연스레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빅터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자연스레 이 아이가 떠올랐다.


빅터는 아이큐 73의 바보.



빅터의 사물함에는 빨간 글씨로 ’IQ 73’이란 글씨가 보기 흉하게 그려졌다.
빅터의 등에는 늘 ’바보’, ’저능아’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다녔다.
아이들은  빅터를 ’바보 빅터’라 불렀다
매일 쓰레기통에 처박인 신발을 찾아 신어야 했고, 복도를 걸을 때마나 뒤통수를 맞아야 했던
빅터는 말을 더 더듬게 되었고, 혼잣말을 중얼거리게 되었다. 친구들은 물론이고 
빅터의 아버지 그리고 빅터 자신조차 자신을 바보라고 여겼다. 열다섯살 소년에게 학교는 
너무나 가혹했고 결국 빅터는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다.


로라는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깡통에 돈을 모으는 못난이 소녀다.




로라는 체중이 50킬로그램도 나가지 않았지만 언제나 다이어트 중이었다, 
얼굴도 못생겼는데 몸매까지 뚱뚱하다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몸매는 여전히 얼굴만큼 볼품없었다.
’ 난 왜 이렇게 초라하게 태어난 걸까?’

로라는 뉴욕으로 떠나지 못했고 작가가 되지도 못했으며 성형수술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뜻대로 꽤 안정적인 시간제 시간제 공무원이 되었다. 하지만 로라의 꿈은 <어린 왕자>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 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 동화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동네 정비소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자신이 바보임을 매일 매일 확신하는 빅터와
직장마저 그만두고 작가의 꿈을 이루어지길 기원하나 기약없는 미래에 절망하는 로라에게 
새로운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맹목적으로 믿어주는 테일러 회장과, 맹목적으로 자신을 믿으라 하는 레이첼선생님의 등장과 함께.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헤라클래스도 칼을 잡지 못하고, 사이영도 강속구를 던질 수가 없어.
그러니까 너희는 최후의 순간까지 자신에 대한 믿음을 버려서는 안돼

빅터와 로라가 비운의 주인공에서 행운의 주인공으로 대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믿음’의 힘 때문이다.
자신을 바보라 믿었기에 바보의 인생을 살았다면, 천재라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 천재의 인생을 살 수 있었다. 볼품없는 못난이라 믿었기에 못난 인생을 살았다면, 꿈이 이루어질거라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 백조의 인생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한가지, ’믿음’과 함께 인생을 바꾼 힘은 바로 노력이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외우는 노력, 일기를 쓰고 시를 쓰는 노력으로 다져지고 준비되었기에 다가온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었다.

결론이 뻔한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 마냥, 이 이야기 역시 예상가능한 결론이었음에도 
공감할 수 있었던 건, 두 주인공의 실화이기 때문이기도 한다.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니라, 21세기를 같이 살아가는 어떤 못났던 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어떤 위인의 가르침보다도 깊이 와닿는다. 심지어 나보다도 못났던 이들이었기에. 

자신감과 믿음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씩씩한 걸음걸이에서, 힘차게 흔드는 팔동작에서.
앞서 얘기한 우리 마을의 외톨이아이에게서는 어떤 자신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물으나마나 당연히 자신에 대한 믿음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외톨이 아이에게 빅터의 인생을 달라지게 한 그 영혼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이 책 <바보 빅터>도 추천해주고 싶다.





나는 세상의 눈으로 살았던 내 인생을 돌려받겠다.
나는 그 어떤 세상의 말보다 내 생각을 가장 존중하겠다.
나는 나를 사랑하겠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
나는 나의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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