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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보수는 왜 매국 우파가 되었나? - 해방 이후 우익의 총결산, 뉴라이트 실체 해부
이병권 지음 / 황소걸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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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매서운 성장통을 앓는 중이다. 지난해 말 갑자기 시작된 이른바 ‘계엄 정국’은 그간 우리나라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오래된 갈등을 드러나게 했다. 그 갈등은 소위 ‘진보-보수’의 정치적 갈등인 동시에 ‘페미니즘-안티 페미니즘’의 성(性) 갈등’이며 태극기 부대라 불리는 ‘기성세대-MZ세대’의 세대 갈등이기도 하다. 사회 각 분야에서 드러난 갈등의 표출과 봉합은 하나의 국가가 성장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임은 분명하지만 그 도화선이 된 계기가 ‘계엄’이라는 다분히 폭력적인 형태였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매우 빠르게 민주주의가 들어오고 정착된 나라 중 하나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시작을 1919년 3월 1일에 일어난 만세운동으로 보는 이도 있고 1948년 5월 치러진 남한만의 단독선거로 보는 이도 있지만, 분명한 건 수백 년 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민주주의를 가꾸어 온 서양의 많은 국가와는 달리 우리는 이제 100년 남짓된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민주주의 신생국’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 안착한 100년 서사 속에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일제 치하로부터의 광복, 남북 분단, 군사 독재정권의 횡포,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인한 부의 축적과 배분 문제 등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한 근·현대사적 흐름이 함께 담겨 있다. 쉽게 말해 ‘민주주의’에 대해 깊은 고민과 공부, 토론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맞는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시간적 여유 없이 청산되지 못한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음을 의미한다.
이병권 작가가 집필한 책, 「대한민국 보수는 왜 매국 우파가 되었나?’」는 극우 세력으로 불리는 ‘뉴 라이트(New Right, 신보수주의 우파)’ 가 등장한 배경과 우리 사회에 침투하게 과정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통찰의 단초를 제공한다. 그간 우리 교육 과정에서 터부시되며 숨겨 왔던 현대사의 다양한 굴곡과 비밀을 다룬다는 점에서 읽어봄직 하지만 책의 내용을 온전히 탐독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정치와 역사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내겐 어려운 책이었다. 책 한권에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내용을 다 풀어내기엔 부족했으며 차라리 두 세권으로 출판되어 조금 더 자세하고 쉽게 책의 내용을 풀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리뷰는 글을 읽어내려가며 떠오른 단상(斷想)들을 적어 내려가는 것으로 갈음하려 한다.

대한민국 보수는 어디에 있는가?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했다.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라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 시대와 형태를 뛰어 넘어 대부분의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공자가 논어에서 언급한 이 사자성어에는 구태의연하게 ‘옛 것’만을 고집하지도, 대책 없이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지도 않는 조화의 자세가 담겨있다. 이 사자성어를 현대의 정치로 옮기면 ‘온고’는 보수(우파), ‘지신’은 진보(좌파)가 된다. 즉, 보수는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들을 지켜내고 진보는 우리가 가져야만 하는 새로운 가치들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과거의 것들 중에 좋은 것을 취하고 그것을 발판삼아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 보수를 토대로 건강한 진보가 싹트게 하는 것이 바로 ‘온고지신’이다. 이는 결국 건강한 보수 없이는 건강한 진보도 탄생할 수 없음을 뜻한다. 문제는 2025년 현재, 대한민국에 ‘보수’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공존을 위한 가치를 제시하는 보수가 아닌 자신만의 부와 권력을 추구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치달은 극우, 이른바 ‘뉴 라이트’ 세력들이 보수를 자처하며 그 세를 불리고 있을 뿐이다.

뉴 라이트 극우 보수 진영이 스스로의 이념을 합리화 할 때마다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는 본래 경제학 용어다. 1929년 대공황 이후 20세기 중반을 거치며 대세로 자리 잡았던 ‘케인즈 주의(정부의 적극적 시장 관여 추구)’가 1970년대 발생한 오일쇼크, 스태그플레이션 등을 겪으며 한계를 드러내자 다시 고전적 자유주의로 돌아가자며 등장한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이며 이들은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근거로 시장의 무한 경쟁을 추구했다. 2008년 미국의 서브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며 경제학에서 자취를 감춘 신자유주의는 이상하게도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한 정치 세력의 사상적 근거로 재탄생하게 된다.
뉴 라이트 진영이 표방하는 신자유주의는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과도 연결된다. 다윈의 이름이 들어갔지만 사회진화론은 다윈의 진화론과는 다른 개념이다. 다윈의 진화론의 경우, ‘환경에 적응한 개체만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이 이론적 배경이 되는 반면 사회진화론은 ‘강자만 살아남아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당연한 인간질서’라는 강자생존(强者生存)을 표방한다. 다윈의 진화론 속 적자생존의 ‘적자’는 ‘강자’가 아니다. 책에 나온 예시를 그대로 소개하자면 남극에서 생존한 펭귄들의 경우 강해서가 아니라 지방층이 두껍고 깃털이 촘촘히 박혀 있어 추운 환경을 잘 견딜 수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뉴 라이트 보수 진영이 그 이념적 바탕을 둔 ‘신자유주의-사회진화론’은 무한 경쟁을 통해 강자만이 살아남은 ‘강자생존의 사회’로 직결된다. 그래서 이들이 추구하는 다양한 정책과 활동들은 기존 기득권 세력의 부와 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진화한다. 그 과정 속에서 보수가 추구해야할 가치는 사라지고 오로지 자기 진영의 생존과 번영만을 도모하는 이기적 유전자만이 남겨진다. 이를 위해서라면 나라와 역사를 파는 건 대수가 아니다.

정치와 민주주의는 내게 무엇인가?

결국 이 책을 읽으며 다다른 끝에서 내가 마주하게 된 건, 정치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본연적 질문이다. 며칠 전, 언론인 손석희 씨가 진행하는 MBC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가 한 말이 생각났다. 민주주의란 ‘공존의 기술’이라는 것. 필연적으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서로를 말살하지 않고 함께 생존하기 위한 장치가 민주주의이며 이는 다수결의 원칙과 합의를 통해 서로의 이익을 주고받으며 나아가는 것이라 했다. 나와는 다른, 때로는 같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조차 싫어지는 상대가 있더라도 ‘얼마만큼 상대를 인정할 수 있느냐’가 민주주의에게 던져진 질문이자 풀어야할 과제라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방을 이해하고, 때론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를 배우기 위해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민주주의를 포함한 정치라는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한다면 우리 모두는 여전히 정치 초보다. 인류 등장 후, 수천 년이 지났고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이룩한 지도 수백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 끼 식사를 해결하지 못해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수십 만 원의 기름진 음식을 남기는 사람들도 있으며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말살하고 죽이는 전쟁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초보가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왕도가 없다. 그저 계속 고민하고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며 정답 비스 무리한 것에 다다르기 위해 노력할 따름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대한민국 보수는 왜 매국 우파가 되었나?’」 는 한번쯤 나와 우리를 둘러싼 어렵지만 꼭 마주보아야 하는 정치적 담론들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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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보수는 왜 매국 우파가 되었나? - 해방 이후 우익의 총결산, 뉴라이트 실체 해부
이병권 지음 / 황소걸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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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가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왕도가 없다. 그저 계속 고민하고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며 정답 비스 무리한 것에 다다르기 위해 노력할 따름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대한민국 보수는 왜 매국 우파가 되었나?’」 는 한번쯤 나와 우리를 둘러싼 어렵지만 꼭 마주보아야 하는 정치적 담론들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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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블랙에디션) 마음시선 클래식 1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박선주 옮김 / 마음시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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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어린왕자

블랙에디션으로 만난 '어린왕자'

나는 어떤 어른일까?

어른이 된 지금, 문득 내가 어떤 어른인지 돌아보게 된다. 어린 왕자가 만났던 어른들의 모습과 내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씁쓸함이 밀려온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 살다 보니 정작 삶에서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자문하게 되는 요즘이랄까? 바쁜 일상에 치여 돈과 권력, 명예를 쫓느라 정작 내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가치들은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우연히 다시 만난 『어린 왕자』는 어쩌면 나에게 생각의 전환과 휴식을 주기 위한 '선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시절 어떤 느낌으로 읽었을까?

어른이 되어 마주한 블랙에디션 '어린왕자'는

잊고 살았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달까?


블랙 에디션으로 재탄생한 이 특별한

1943년 출간된 이래로 전 세계에서

1억 5천만 부 이상 팔리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 영원한 고전

고급스러운 블랙 커버에 금박으로 새겨진 제목

눈길이 가지 않나요?


이 책은 선물하기에 딱 좋아 보인다.

초판 한정 엽서 2장도 포함되어 있어

어른이 된 나에게,

그리고 이 책을 처음 만나는 누군가에게

완벽한 선물이 될 것 같다.

또한 아이들도 읽기 좋은 큰 판형과 초판 한정으로 포함된 엽서는 소장 가치를 더해준달까?


책을 집어 들고 페이지를 넘겼는데,

오랜만에 만난 어린 왕자는

여전히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어린 시절의 감성으로 돌아간 느낌도 들었다.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들려준 말이 떠 올랐다. "널 길들이는 게 중요해. 넌 나에게 특별한 존재가 될 거야." 이 말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생각한다. 어린 왕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 마음으로 봐야 할 때도 있어." 어른이 되어 현실에 치여 살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게 되는데, 하지만 진정 소중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린 왕자의 말은 잊고 살았던 삶의 가치들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시간이었달까? 오랜만에 마주한 이 어른동화는 내 마음을 멜랑꼴리 하게 만들었다 (비 내리는 날, 카페에 앉아 책을 마주해서 일까?).



오랜만에 카페에서 차를 한잔 주문하고, 어린 시절 동심으로 돌아간 한 시간 동안 『어린 왕자』를 읽으며 깨달은 것은 '삶의 본질'을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물질적인 것들보다 사랑, 우정, 책임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들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준다. 어른이 되어 복잡하고 계산적인 세상에 살다 보니 중요한 삶의 가치들을 잊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오랜만에 『어린 왕자』를 펼쳐든 이 한 시간만큼은, 내 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 안의 '내면 아이'와 함께, 어린 왕자의 순수하고 맑은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어른들의 이상한 행동들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 것 같다. 돈과 권력, 명예에 집착하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삶의 참된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의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되새기며 더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블랙 에디션으로 새롭게 선보인 『어린 왕자』를 읽으며,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되찾고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적어도 나에게 잊고 있었던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일깨워주고, 내면의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알려 주는 듯 하다. 오랜만에 만난 이 책을 통해, 삶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유대감, 작은 행복의 소중함, 꿈과 상상력의 힘. 이런 값진 깨달음을 얻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어린 왕자』가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아닐까 싶다.


블랙 에디션 어린왕자, 이 책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함께 어린 왕자의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가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가치들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책을 덮고 나서도, 어린 왕자가 전해준 메시지는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오랜만에 마주한 이 책이 다시 내 마음을 울릴 것 같다. 블랙 에디션 『어린 왕자』를 읽은 이 특별한 시간을 주변에 선물해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았지만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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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보다 차라리 두려운 존재가 되라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생철학 《군주론》
이남훈 지음 / 더스퀘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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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투쟁의 연속이다. 흙 속을 기어다니는 개미에게도 지구 상 가장 발전한 종인 호모 사피엔스에게도 삶의 무게는 공평하다. 지속 가능한 생존과 행복을 위해 모든 생명체는 삶의 현장에서 매일의 전투를 치르고 있다. ‘생존’과 ‘번영’을 위한 다양한 전략들은 각 개체 속 DNA에 스며들어 후대로 이어지며 보전된다. 인간이 특별한 것은 이런 생물학적 보전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른바 ‘삶의 지혜’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문자가 널리 보급되기 이전에는 음유시인이 노래하는 서사시에 그것들이 담겨있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책과 다양한 미디어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오늘도 서점의 ‘처세술’ 코너에는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혹은 삶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여러 비법이 담긴 새로운 책들이 채워지고 있다. 그렇다. 인간은 삶의 행복을 위해 가장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민하는 존재다.

사회가 고도화 되고 삶의 반경이 넓어짐에 따라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답은 더욱 중요해진다.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인간관계의 폭이 좁고 단순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를 사는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매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을 반복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우리에게는 삶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즉,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어떻게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인지, 또 입체적이고 복잡해진 사회 속에서 본인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런 고민에 대한 답을 얻고싶어 책 한권을 읽었다. 「사랑받기보다 차라리 두려운 존재가 되라」 속에는 마키아벨리의《군주론》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중요한 삶의 이정표들이 기록되어 있다.


<사랑받기보다 차라리 두려운 존재가 되라>라는 제목은 ‘군주론’에 있는 문장을 그대로 따왔다. 저자는 당대 최고의 철학가였던 마키아벨리가 성공한 삶을 위해 <군주론>속 다양한 내용들을 인용하여 현대 사회에 맞게 재해석해 풀어낸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사상가이자 정치철학가였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군주론》에는 ‘신하를 다루는 법’, ‘군의 조직과 활용방법’, ‘군주가 갖추어야 할 여러 덕목’ 등 유능한 군주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처세술과 정치술의 진수가 담겨있다. 주목할 점은 500년 전에 쓰여진 ‘군주론’ 속 핵심 개념들이 놀랍도록 현대 사회에도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왕정에서 공화정을 고쳐 민주주의로 사회의 구조는 변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본성과 심리는 불변하여 마키아벨리가 당시의 군주에게 조언했던 삶의 방법론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행복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기 위한 단초(端初)를 제공하고 있다.



<군주론>이 출판되고 30년이 채 흐르지 않은 1559년 교황청은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한다. 르네상스가 한창 진행되며 신(神) 중심의 종교사회에서 인간 중심으로 사회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탐구로 이루어진 이 책이 교황청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영국의 헨리 8세가 선언한 ‘영국 성공회 독립(전통적인 로마 카톨릭에서부터의 독립)’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이 <군주론>이었다고 하니 적극적으로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하여 당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지 않도록 막는 것이 그들의 급선무였음은 자명하다.


새로운 출발과 도전을 앞둔 사람들은 언제나 두렵다. 새로 다니게 된 회사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또 직면하게 될 많은 과제들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게 삶의 이정표가 필요한 시점에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찌 보면 이 책에 적혀 있는 비법들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그래서 누구나 인정할만한 뻔하고 당연한 내용일런지 모르지만 새로운 관점에서 삶의 ‘성공’과 ‘행복’을 조명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읽어봄직하다.

나 역시도 책의 내용을 간추려서 메모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결정할 수 없을 때 이 메모를 꺼내보려 한다. 500년 전, 위험한 현자가 속삭이는 냉혹한 삶의 지혜가 다가와 빛나는 영감을 줄 수 있도록.


본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지만, 저의 주관적인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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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방원
이도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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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총선이 코앞이다. 현재 대통령과 여당이 집권한 지 2,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유난히도 많은 사건과 사고로 점철된 세월이었다. 당연하게도 이번 선거의 핵심 의제(Agenda)정권 심판이다. 제대로 일할 국민의 일꾼을, 진실로 국민을 섬길 국회의원을 뽑는 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게다. 그러기 위해 나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이른바 정치인이라 불리는 후보자들을 검증하고 그들의 정책에 대해 공부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 국민의 정치 수준은 꽤나 올라왔다. 특히 지난 201612, 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는 과정을 거치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성숙했고 무르익었다. ‘정치란 무엇인지, 무릇 좋은 정치인은 어떠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이제 우리는 대강이나마 알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꿈꾸고 있다. 진실로 우리를 행복하게 할 정치와 그것을 실현해 나갈 진짜 국회의원을. 그 꿈과 소망을 가슴에 품고 이 책의 첫 장을 넘겼다.

 

국회의원 이방원, 조선 왕조의 숨겨진 능력자 태종이 우리의 국회의원이 된다면?

 

책의 제목만 읽어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판타지다. 정확히 말하면 진실로 멋진 정치인을 꿈꾸는 현실세계의 소망을 녹여낸 상상으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정치라는 건 그런 거 아니겠나.

원칙이라는 좁디좁고 위험한 나무다리를 현실이라는 번듯한 돌다리로 만드는 것.

결국 정치가는 원칙과 현실을 조화시켜야 하네.”

 

책의 내용과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흔히 말하는 기연(奇緣)을 통해 조선의 두 번째 왕인 이방원의 혼이 현재를 살고 있는 국회의원의 몸에 깃들게 되고 일련의 사건사고를 해결해 나가는 일련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이동진 의원은 여당의 비례대표로 당선된 초선의원이다. 그는 원칙을 중시하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의정활동을 펼치는데 이 때문에 여당의 주류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고 그의 정치적 생명은 위기를 맞는다. 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조선 최고의 정치가였던 이방원이 그의 몸에 깃들게 되고 몇 수를 내다보는 이방원의 탁월한 정치 감각과 능력으로 보잘 것 없던 초선 국회의원이었던 이동진은 불세출의 역대급 정치인으로 변모한다.

 

역사와 정치의 만남, 메인 메뉴가 두 개인 정찬을 먹는 기분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중간 중간 등장하는 역사 속 이야기다. 작가는 이동진의 몸에 빙의한 이방원이 정치적 난제를 만날 때마다 삼봉 정도전, 포은 정몽주, 양녕과 충녕 등 과거 인물들과의 일화를 끌고 온다. 이방원이 과거 조선시대의 정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얻은 교훈과 경험들을 통해 현재의 정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구조다. 자신을 경계하는 원내대표와의 갈등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과거 삼봉과의 관계 속에서 체득한 정치 경험과 기술을 적용하는 식이다. 이러한 대목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역사 속 일화를 접하게 되고 이는 다소 늘어질 수 있는 이 소설의 스토리텔링에 재미와 긴장감을 더해준다.

 

 

하지만 잘 읽히지 않았다다소 아쉬운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설정

 

꽤 많은 매력과 재미를 담고 있는 책이지만 막상 책을 읽는 과정에서 잘 읽히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이 책의 장르는 소설인데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빠져있다는 것.

 

내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소설의 특징은 소설 속 인물들이 모두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캐릭터가 등장인물에 녹아있어야 한다는 것. ,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나름의 독창적인 가치관과 다양한 개성을 지니고 서로 만나 얽히는 과정에서 재미가 생겨난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에는 그게 없다. 주인공인 이방원과 이동진 뿐만 아니라 주인공을 둘러싼 다른 인물들 예컨대 보좌관인 장선호, 비서관 류다혜, 정치부 유한주 기자 등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우직함’, ‘날카로움’, ‘위선적임등의 단순한 인상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몰입을 돕는 캐릭터 매력의 부재와 등장인물간 관계의 모호함은 독자에게 혼선을 가져온다. 실제로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빈번하게 얘가 누구였더라?’하며 책을 앞으로 넘기는 일이 잦았다. 등장인물을 기억하게 할 만한 캐릭터가 없기 때문에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등장인물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소설의 분량 상 캐릭터에 대한 보다 자세한 소개가 힘들었다면 삽화가를 통해 주요 인물들의 초상을 스케치로라도 넣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이방원과 이동진의 경우 표지에 캐릭터가 들어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소설 속 사건들의 연계성 혹은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판타지 장르의 소설 특성 상 완벽한 개연성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판타지적 요소를 제외하고 생각해도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다. 주인공인 이동진(이방원이 빙의된)과 김태현 원내대표, 대통령 최측근인 양종훈 의원 사이의 구도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변화하게 되는 일련의 이야기들 사이에서 이렇다 할 개연성을 찾기 힘들었다. 이야기의 흐름에서 배제되어 있던 대통령이 갑자기 등장해서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가 하면 대통령의 측근이던 양종훈이 대통령을 등지게 된 상황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물론 어느 정도의 상황 설명은 되어 있지만 깊이 다루어지지 않았음) 책을 다 읽은 지금에도 양종훈은 대체 왜 그랬을까?, 대통령과 양종훈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의문이 남겨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만의 특성이 잘 반영된 책

 

이 책을 쓴 이도형 작가는 대학에서 경제학과 역사학을 전공하고 10여 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소설만을 집필한 전문 소설 작가는 아니라는 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소설로서 아쉬운 점이 존재하지만 8년 간 정치부 기자생활을 하며 쌓인 경험을 토대로 꽤나 실감나는 정치의 뒷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지는 강점 중 하나다. 때문에 이른바 현실에서 정치판이 돌아가는 구조와 배경을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봄직하다.

총선을 앞두고 누구나 정치에 대해 한번 쯤은 고민해보는 지금 픽션(fiction)이 아닌 한편의 다큐드라마(Mocumentary)로서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여느 소설이 가지는 짜릿함과 긴장감은 덜하겠지만 최소한 정치에 대한 조금의 희망을 품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협찬받았지만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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