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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보다 차라리 두려운 존재가 되라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생철학 《군주론》
이남훈 지음 / 더스퀘어 / 2024년 4월
평점 :
삶은 투쟁의 연속이다. 흙 속을 기어다니는 개미에게도 지구 상 가장 발전한 종인 호모 사피엔스에게도 삶의 무게는 공평하다. 지속 가능한 생존과 행복을 위해 모든 생명체는 삶의 현장에서 매일의 전투를 치르고 있다. ‘생존’과 ‘번영’을 위한 다양한 전략들은 각 개체 속 DNA에 스며들어 후대로 이어지며 보전된다. 인간이 특별한 것은 이런 생물학적 보전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른바 ‘삶의 지혜’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문자가 널리 보급되기 이전에는 음유시인이 노래하는 서사시에 그것들이 담겨있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책과 다양한 미디어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오늘도 서점의 ‘처세술’ 코너에는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혹은 삶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여러 비법이 담긴 새로운 책들이 채워지고 있다. 그렇다. 인간은 삶의 행복을 위해 가장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민하는 존재다.
사회가 고도화 되고 삶의 반경이 넓어짐에 따라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답은 더욱 중요해진다.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인간관계의 폭이 좁고 단순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를 사는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매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을 반복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우리에게는 삶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즉,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어떻게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인지, 또 입체적이고 복잡해진 사회 속에서 본인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런 고민에 대한 답을 얻고싶어 책 한권을 읽었다. 「사랑받기보다 차라리 두려운 존재가 되라」 속에는 마키아벨리의《군주론》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중요한 삶의 이정표들이 기록되어 있다.
<사랑받기보다 차라리 두려운 존재가 되라>라는 제목은 ‘군주론’에 있는 문장을 그대로 따왔다. 저자는 당대 최고의 철학가였던 마키아벨리가 성공한 삶을 위해 <군주론>속 다양한 내용들을 인용하여 현대 사회에 맞게 재해석해 풀어낸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사상가이자 정치철학가였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군주론》에는 ‘신하를 다루는 법’, ‘군의 조직과 활용방법’, ‘군주가 갖추어야 할 여러 덕목’ 등 유능한 군주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처세술과 정치술의 진수가 담겨있다. 주목할 점은 500년 전에 쓰여진 ‘군주론’ 속 핵심 개념들이 놀랍도록 현대 사회에도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왕정에서 공화정을 고쳐 민주주의로 사회의 구조는 변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본성과 심리는 불변하여 마키아벨리가 당시의 군주에게 조언했던 삶의 방법론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행복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기 위한 단초(端初)를 제공하고 있다.
<군주론>이 출판되고 30년이 채 흐르지 않은 1559년 교황청은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한다. 르네상스가 한창 진행되며 신(神) 중심의 종교사회에서 인간 중심으로 사회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탐구로 이루어진 이 책이 교황청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영국의 헨리 8세가 선언한 ‘영국 성공회 독립(전통적인 로마 카톨릭에서부터의 독립)’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이 <군주론>이었다고 하니 적극적으로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하여 당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지 않도록 막는 것이 그들의 급선무였음은 자명하다.
새로운 출발과 도전을 앞둔 사람들은 언제나 두렵다. 새로 다니게 된 회사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또 직면하게 될 많은 과제들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게 삶의 이정표가 필요한 시점에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찌 보면 이 책에 적혀 있는 비법들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그래서 누구나 인정할만한 뻔하고 당연한 내용일런지 모르지만 새로운 관점에서 삶의 ‘성공’과 ‘행복’을 조명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읽어봄직하다.
나 역시도 책의 내용을 간추려서 메모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결정할 수 없을 때 이 메모를 꺼내보려 한다. 500년 전, 위험한 현자가 속삭이는 냉혹한 삶의 지혜가 다가와 빛나는 영감을 줄 수 있도록.
본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지만, 저의 주관적인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