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의 경제학 - 석유 위기의 시대, 성공 투자를 위하여
스티븐 리브 외 지음, 김명철 옮김 / 세계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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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설겆이를 하려는 데 갑자기 싱크대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 알고 보니 전기 퓨즈가 나갔기 때문이었다. 수돗물이 전기와 무슨 상관이 있겠나 생각하겠지만 전기가 없으면 고층아파트 물공급은 불가능하다. 물을 고층으로 끌어올리는 펌프가 전기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전기가 없으면 현대 사회는 하루아침에 석기 시대로 돌아간다. 또 물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석유가 가스가 없다면… 심지어 태양이 없다면 생물은 모두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우리 주변에 있어 그 존재를 잊고 마는 공기처럼 에너지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세계는 이미 에너지 전쟁에 돌입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나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 <오일의 경제학>은 에너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책 <오일의 경제학>은 꼭 읽고 싶은 책이었다. 에너지관련 언론인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에너지 확보는 모든 국가의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관심이 많았다.
이 책의 저자 스티븐 립과 글렌 스트라시는 에너지 위기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1970~1982년 새 유가각 배럴당 1.35달러에서 35달러로 무려 26배 상승했다면서 이를 미래에 대입하면 유가는 배럴당 260달러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 논리이므로 이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1970년대의 석유 위기는 정치적인 문제로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공급의 한계로 일어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해결하기 어렵다고 전재하고 유가가 200달러를 넘어서면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유추했다.
2006년 현재 유가는 배럴당 60~7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100달러 진입을 앞두고 숨고르기 하는 듯이 말이다. 여기에 대한 분석은 극과 극을 달린다. 100달러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분석과 100달러선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각각 논리와 배경이 있다. 아무튼 고유가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 이 책의 저자는 200달러까지 내다보며 에너지 특히 원유 위기론을 심각하게 표현했다. 저자의 말과 달리 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지 않더라도 향후 전 세계는 에너지 전쟁을 치를 것은 뻔해보인다. 60~70년대가 2차 세계대전과 냉전 등 총칼을 앞세운 1차원 전쟁이었다면 80~90년대는 경제논리의 힘이 지배했던 2차원 전쟁이었다. 그렇다면 2000년대엔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3차원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전망이다. 또 미래학자도 에너지 확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한다.

일본과 중국의 수뇌부가 직접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등을 돌아다닌다. 에너지 외교를 펴는 것이다. 중동에 의존하는 에너지 공급선을 다변화해 중동으로부터 에너지공급에 차질이 생겨도 안정적인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등 수뇌부가 아프리카 등을 순방하며 에너지 외교를 펴고 있다. 실제로 국내 에너지 산업의 핵심인물인 이원걸 산업자원부 제2차관은 하루가 멀다고 해외출장에 나선다. 또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국가에너지위원회'가 빠르면 10월 중 설립된다. 에너지 확보를 국책 사업으로 정해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겠다는 정부의 방침이다. 또 정부는 에너지 확보를 위한 재원의 일부는 충당하기 위해 1호 에너지펀드를 올해 안에 발행한다. 이를 통해 약 2000억원의 돈을 마련해 해외자원개발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1호 에너지펀드이므로 투자가치가 충분하다는 시각이 있다. 또 펀드에 무지한 정부부처가 무리하게 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이 없진 않다. 이런 상황에 이 책은 다소 도움을 준다.
뒷부분에 국내 투자 펀드 등에 대한 부록을 달았지만 책 내용이 주로 외국의 경우이므로 독자가 주의해야 한다. 외국 특히 미국의 주식은 우리나라와 달리 미래 예측 가능한 시장이다. 따라서 주가의 방향을 비교적 쉽게 예측하고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있어 독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이 책 <오일의 경제학>을 에너지 관련 통계자료를 잘 집대성한 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런 면에서 저자는 20페이지에 걸쳐 대체에너지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석유나 가스 등 화석연료를 대신할 미래 에너지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저자는 최고의 해결책으로 풍력에너지만을 꼽고 있어 자칫 지엽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독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풍력보다 태양광과 태양열 그리고 바이오매스(Biomass) 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풍력은 투자대비 효율성 면에서 많은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지형적으로 바람의 세기나 양이 외국보다 좋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에너지 위기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일반인에게 큰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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