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안텀 블루
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 <아디안텀 블루>을 접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입에 익지 않다.
안디안텀 블루라는 말이 입에서 맴돈다.
아디안텀 블루라는 식물이 있는 줄도 몰랐으니… 참 무지했다.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접하는 소설, 그것도 일본 소설.
그런데 아직도 이 식물이 이 소설의 제목이 된 이유를 잘 모르겠다.
책 내용엔 이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몇 번 나오긴 하지만… 
 
이 책의 주제는 매우 통속적인 사랑이야기다.
사랑하는 연인 중 한 사람, 특히 여자가 죽는다는 식의 결말은 이젠 싫증나기까지 하다.
시쳇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잘 지은 제목과 책 디자인으로 일단 독자를 시선을 끌었다.
책 표지도 반투명의 특수 재질로 만들어 약간 몽환적인 분위기를 띈다.
초록색 아디안텀 블루가 흰색바탕에 그려져 있어 깔끔한 느낌을 풍긴다.
매우 여성적인 구도다. 
 
책을 펼치면 기치죠지 도큐 백화점의 옥상에서 이 책의 주인공 격인 야마자키 류지(잡지사 근무)와 남편을 잃은 히로미라는 여성이 만나는 장면이 시작된다.
3개월 전 암으로 죽은 연인 요코와의 만남부터 현재까지 회상하는 장면이 이 책의 주 내용을 이룬다.
<월간 발기>라는 잡지사에서 만단 류지와 요코는 사랑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요코의 암 선고와 한 달 남은 시한부 인생은 이 모든 것을 산산조각으로 만든다.
과거 유럽 촬영에서 니스에서 죽고 싶다던 요코의 말을 기억해 낸 류지는 요코와 함께 프랑스 니스로 향한다.
결국 그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요코를 뒤로 한 채 혼자 일본으로 돌아온 류지는 요코를 생각하며 백화점 옥상으로 온 것이다. 
 
물론 요코의 죽음은 독자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이야기는 이미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수 없이 우려먹은 소재다.
그럼에도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영화를 보고 나면 왠지 모르게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 것처럼… 
 
왜 백화점 옥상일까. 요코와 사랑을 나눈 곳이 많았을 텐데 왜 하필 옥상이었을까.
또 아디안텀 블루를 등장시킨 배경은 무엇일까. 
왜 프랑스 니스일까.
월간지 제호를 ‘발기’ 말고 딴 것으로 할 수는 없었을까.
물론 약간의 설명이나 동기가 있긴 하지만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 책의 작가 오사키 요시오는 전작 <파일럿 피쉬>에서 헤어짐을 모티브로 삼았고 이번엔 죽음을 이용했다.
만일 파일럿 피쉬를 읽었더라면 이 책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또 다음은 어떤 소재를 가지고 우리 앞에 나타날지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다음 작품도 가을에 선보이길 바란다. 그만큼 아디안텀 블루는 가을 분위기와 정확히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부분>
"잘, 말은 못하겠지만, 내가 살아 있는 한은 우리는 언제까지나 함께야. 내가 요코를 기억하고 있는 한, 너는 내 마음속에서 살아 있을 거야, 그거 믿지?"
"응."
"믿을 수 있지?"
"응."
"그럼 요코는 내 안으로 이사하는 거야. 그뿐이야."
"응."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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