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던 마케팅
W.스티븐 브라운 지음, 엄주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주인이 왕"이라고 말하는 한 라면가게 주인이 있었다.
"고객이 왕"이라고 모두가 말하는 세상에 주인이 왕이라니!
이유인즉 왕으로부터 대접을 받으라는 의미란다.
이처럼 고객을 '모시는' 마케팅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2004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구 성서라는 지역에 있는 한 할인점 점장의 말은 '고객은 왕'이란 마케팅의 전형을 보여줬다.
"사과 한 상자를 산 고객이 다 먹고 달랑 한 개만 남겨와 맛이 없다며 환불해달라고 했습니다. 그 한 개도 3/4 이상 먹다 남은 것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고객이기에 참고 '왜 한 개만, 그것도 먹다 남은 것을 남겨왔느냐'고 물었더니 '혹시 이 마지막 한 개라도 맛이 있을까 먹어봤더니 역시 맛이 없더라'고 답했습니다. 정말, 뭐라고 해야할지… 결국 환불해 드렸습니다."
 
이 할인점뿐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고객을 하늘처럼 모신다.
예전처럼 물건을 만들면 팔리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쟁이 어느 때보다 심한 현재 고객의 눈 밖에 나면 그 사업은 곧 실패로 이어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소비자도 많다고 한다. 위에 언급한 할인점의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때문에 각 업체는 소위 블랙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
또 몇 년 전부터 백화점은 VIP마케팅을 펼쳤다. 이른바 20:80 법칙을 이용한 마케팅이다.
매출의 80%는 VIP 20%가 만들어 준다는 법칙이다.  물론 이 같은 마케팅은 여론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업체는 이 20%가 나머지 80%의 고객보다 소중할 수 있다. 
 
책 <포스트모던 마케팅>은 '고객의 왕' 마케팅을 뒤집는 마케팅을 소개한다. 
'고객 지상주의'를 내세운 필립 코틀러 등 전통 마케팅이론에 반기를 이 책의 저자이자 영국 얼스터 대학 마케팅 교수인 스티브 브라운은 "고객은 결코 왕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고객 지상주의 마케팅 대안으로 마케티즈(Marketease) 이론을 내세운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마케팅에서 벗어나 고객을 감질나게 하고 심지어 고객을 화나게 하는 것도 마케팅이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신비주의도 마케티즈의 한 부분일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 구석구석을 보여주던 광고 대신 헤드라이트 부분만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광고가 더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회사의 이름을 철저히 감추고 모델명만 노출했던 한 고급 TV는 지금도 그 판매량이 줄지 않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한 개에 수백, 수천만원짜리 손목시계가 유명인사들 사이에 수없이 팔렸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명품족에게 모조품을 명품으로 속여 판매했더니 ”역시 명품이 좋다“며 선뜻 지갑을 열었고
명품을 모조품이라고 속여 판매하려 했더니 ”역시 모조품은 티가 난다“며 구입하지 않으려 했다는 실험 이야기도 회자한 바 있다.
이 역시 소비자의 소비의식을 자극한 사례다. 상품의 희소성 등을 강조한 것이다. 
 
이 책은 이 같은 사례를 들며 고객 위주의 맞춤서비스가 왕도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또 이 책 <포스트모던 마케팅>은 제목처럼 어렵지 않다. 전문용어 대신 농담조의 말이 있다. 또 그래프나 숫자 대신 '얘기'를 전하고 있다.
저자의 입담은 이 책을 통해 독자의 눈을 잡아끈다. 마케팅과 관련 없는 사람도 이 책을 옛날 책 읽듯이 읽을 수 있을 정도다.

 "고객을 홀대하는 것은 그들의 욕망을 강화시키고
고객을 거부하는 것은 그들의 결심을 강화시키고
고객을 차단하는 것은 그들을 필사적으로 만들고
고객의 소유를 지연시키는 것이 그들을 미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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