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커 (반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29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싱커>는 영화 <아바타>와 신종플루(H1N1) 음모론을 잘 버무린 것 같다. 저자의 책은 영화 <아바타>가 국내 개봉되기 전에 탈고되었다고 한다. 영화<아바타>는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저자도 일본 작품에서 소재를 얻었을 같다. 만일 그것도 아니라면 즉, 저자의 독창력의 산물이라면,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싱커(syncher)는 동기화 또는 동조라는 말이다. 영화 <아바타>를 본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생명체에 접속하면 그 생명체와 동일시되어 장소를 이동뿐만 아니라 오감으로 느낄 수도 있다. 이 소설 속 배경은 2160년 경의 이야기이다. 인류는 급속히 변화하는 기후의 위협 속에서 한반도 일대에 거대 돔을 씌우고 전 세계의 동식물을 공수받아 신(新)아마존이라는 관광 특수 지역을 개발한다. 그런데 빙하기가 오면서 신아마존은 폐쇄되고 사람들은 지하세계를 건설해 살아간다.

신아마존의 동식물들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생태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신아마존은 통제구역이었다. 바이러스 감염 등의 이유로 지하세계 사람들은 신아마존에 갈 수 없었다. 한 제약회사는 사람들에게 약을 무료로 나눠주면서 신망을 얻지만, 신아마존으로의 접근을 통제한다. 지상세계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지하세계에 있는 인류는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오랜 기간 받아들여졌다. 지하세계는 사실상 이 제약사가 통제하는 셈이다.

싱커는 신아마존의 동식물을 아바타로 삼아 즐기는 게임이다. 주인공이 이 게임을 즐기다가 제약사의 음모를 발견한다. 제약사의 주장처럼 신아마존과 지상세계가 그렇게 위험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제약사는 자신들의 권력 유지하기 위해 신아마존에 불을 질러 없애려한다. 이 장면은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과 닮았다. 이 과정에서 제약회사 회장은 죽고, 지하세계 인류는 지상세계의 밝은 태양을 맞이하게 된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유행했다. 옛날부터 전염병이 유행할 때면 음모와 소문이 무성했다. 제약회사가 치료제와 백신을 만들 수 있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표적인 음모론이다. 또 독점으로 돈을 벌기 위해 병원균 퍼뜨렸다는 소문도 입에서 입으로 옮겨졌다. 저자는 이 음모를 이 책에 접목시켰다. 인류가 지하세계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지상세계의 질병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제약회사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장면이 이 책에 나온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의 머리에는 상상력이 샘솟는다. 독자 머릿속에 소설 내용이 영상처럼 떠오른다. 그런데 그 영상이 중간마다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용의 전개가 빠르거나 각 장면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표지 디자인이다. 한눈에 반할만한 디자인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다. 창비는 몇 해전부터 청소년문학상을 선정해오고 있다. 올해 선정작품은 <싱커>다. 5월17일이 출간 예정인데, 그보다 몇 주 앞서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주어진 것은 행운이다. 그것도 가제본 상태로 말이다. 가제본은 마치 드라마나 영화 대본처럼 생겼다. 이런 기회를 준 창비에 고마움을 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