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에게 도움 주는 책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ㅣ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제목이 재미있다. <호모부커스>라는 말은 책 읽는 사람이라는 의미일 것 같다. 이른바 책 읽기의 달인이라는 저자 이권우는 이 책을 통해 책 읽기를 독려한다. 특히 왜 책을 읽어야 하며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에 대해 집중해 설명한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책 읽는 방법이 각각 절반 분량으로 이 책에 녹아 있다. 개인적으로 책 읽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책 읽기의 달인에게는 책 읽는 방법이 굳이 필요 없을 법하다. 나처럼 어설픈 독서가나 책 읽는 방법을 따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책 읽기의 달인인 체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책을 느리게 읽는 습관이 개인적인 고민거리이다. 한 달에 수십 권을 독파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겨우 4~5권을 겨우 읽는다. 읽고 싶은 책이 많아 빨리 읽는 습관이 부럽다. 밥벌이에 집중하느라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거니와 태생적으로 책을 느리게 읽는다. 드물지만 한 문장을 이리 뜯어보고 저리 뒤집어 본 적도 있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의 저자는 계속 느리게 읽으란다. 저자가 강조한 책 읽기는 '느리게 읽기' '겹쳐 읽기' '독후감 쓰기'로 나누어볼 수 있다. 특정 목적을 위해 빨리 읽어야 하는 실용서가 아니라면 책은 모름지기 천천히 읽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느리게 읽어야 책을 쓴 저자의 의도도 생각해보고 내용도 비판할 여유가 생긴다고 한다. KTX식 독서로는 풀과 나무를 자세히 볼 수 없다는 말이다.
 
겹쳐 읽기는 시도해볼 만한 독서 방법이다. 유사한 소재를 다룬 책을 여러 권 읽는 것도 독서의 힘을 기른다. 예컨대, 특정 소재에 대해 좋은 점을 주장한 책을 읽었다면 비판하는 책을 읽어 균형을 잡을 수도 있다. 최근에 나는 어려운 책을 읽은 후 쉬운 책을 읽는 등 나름대로 리듬을 주려 했다. 독서에 지치지 않도록 스스로 마련한 옹색한 독서법이다. 여기에 저자가 추천한 겹쳐 읽기를 추가할 계획이다. 독서의 깊이를 더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저자는 책 읽기의 끝은 독후감이라고 한다. 지은이가 말하려는 것을 정리하고 그것을 어떤 내용으로 꾸몄는지에 대해 글을 쓰면 된다고 한다. 또 자신이 그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덧붙이면 된단다. 형식도 자유롭게 하면 된다. 일기, 편지, 가상대담 형식 등 편하게 고르면 된다. 단, 독후감은 말 그대로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을 적으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의 내용이나 얼개만 정리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요즘 수많은 책이 쏟아진다. 다 읽어볼 수는 없다. 책을 선택해야 하는데 뾰족한 방법이 없다. 표지를 보고, 이미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서평도 읽어 나름대로 평가한다. 대부분 성공적이지만 어떤 책은 함량 미달이다. 이런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에서 찾았다. 저자는 책 표지에 있는 글과 작가 소개란을 읽어보란다. 광고성 글도 있지만 책의 주제와 강조점을 잘 정리해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목차를 보란다. 두꺼운 책의 내용을 줄이고 줄여 남은 골격이 목차이다. 책 전체 얼개를 그려보기에 목차만큼 좋은 것도 없단다. 이것으로도 판단이 서지 않으면 서문을 읽으란다. 서문에 감사패를 늘어놓은 책은 읽지 말란다. 서문은 책의 주제, 저자의 고민이 녹아있으므로 책의 내용을 판단할 바로미터가 된다고 한다. 
 
번역서를 읽다 보면 이해를 못 하는 대목이 나오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의 이해력이 뒤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이 점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석을 내놓았다. 번역가도 이해를 못 하고 대충 번역해놓은 문장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이런 조언들이 이 책에 수북하다. 책 읽기의 달인에게는 필요 없겠지만 책 읽기에 중독된 사람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독서에 무작정 중독되기 보다 선택적으로 중독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독서에 왕도는 없지만 여러 방법은 있으니 말이다.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물론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