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함 같은 책

책탐 - 넘쳐도 되는 욕심
김경집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언제부터인가 책 욕심이 강해졌다. 책탐이다. 닥치는 대로 읽어대다 문뜩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즈음 <책탐>이라는 책이 눈에 밟혔다. 인문학자인 이 책의 저자 김경집은 책탐을 '넘쳐도 되는 욕심'이라고 정의했다. 책에 욕심을 부려도 되는 이유를 저자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 설명해두었다. "영혼의 속도가 삶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피폐해진다. 책은 삶의 속도를 늦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속도를 처지지 않게 하는 보석이다." 평소 의문이 해소되자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을수록 참 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 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정적으로 보면 한 개인의 서평집에 불과하다. 제목과 달리 책탐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다. 반면, 긍정적으로 보면 추천할만한 책들을 자세히 설명한 책이다.

 

서평이란 책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이다. 동전의 양면 같다. 같은 책이라도 호평과 혹평하는 부류가 따로 있다. 이런 시각에서, 이 책은 한낱 주관적인 서평을 묶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가 EBS의 한 프로그램에서 책을 소개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고약해진다. 그런 사람이 책을 냈다면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출판사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은 베스트셀러뿐만이 아니다. 제목이 생소한 책도 더러 있다. 이 점을 좋게 받아들이면, 유행이나 인기보다 책의 가치를 따져 소개한 책이다. 실제로 저자는 '누워있는 책'에 끌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른바 베스트셀러이다. 광고 능력은 없지만 꾸준히 좋은 책을 내는 출판사가 펴낸 책들은 책장에 꽂혀 있다. 누워서 얼굴을 보여 주지 못 한 채 등뼈만 드러낸 책이다. 이런 책에 대해 저자는 "유행처럼 몰려다니는 그 잘난 책들보다 훨씬 알차고 좋은 책들이 많은데도 그걸 모르고 넘어가는 건 아깝고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말한다.

 

수많은 책 중에 보석 같은 책을 찾아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누군가 그런 작업을 해준다면 고맙다. 게다가 도슨트처럼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주면 감동이다. 부정적인 시각을 걷어내면 이 책은 감동이다. 대형서점의 책꽂이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책을 찾아낸 저자의 노고가 오롯이 담겨 있으니 그렇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소개된 인문서적들을 따로 메모해두었다. 다음에 꼭 읽어볼 보석 같은 책들이다. 그런 보석을 담고 있는 있는 이 책은 보석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