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권비영 작가에게 고맙다. 책 <덕혜옹주>를 써주어서 그렇다. 이 책 덕분에 덕혜옹주에 세심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에 대한 책은 거의 없다. 소설이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 책이 세상에 나와서 다행이다. 그만큼 우리는 덕혜옹주를 잊고 살았다.
 

덕혜옹주는 유령 같은 삶을 살았다. 궁에서 태어나서 궁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대부분의 삶을 국적도 없이 일본에서 살아야 했다. 그것도 강제로...

 

1912년 5월25일 덕수궁에서 출생해서 1989년 4월21일 창덕궁에서 유명을 달리했던 여인. 77년 삶 중에 37년은 일본에 볼모로 잡혀 있었던 여인. 1925년 4월 일본으로 연행된 후 1962년 1월 귀국할 때까지 37년 동안 한을 품으며 살아야 했던 여인. 그나마 15년은 정신병원에 갇혀 지냈던 여인. 그녀가 고종의 막내딸, 덕혜옹주이다.

 

일본에 볼모로 잡혀있던 덕혜옹주는 항상 조선을 그리워 했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은 왕정 복고를 두려워한 나머지 덕혜옹주의 귀국을 애써 모른 척했다. 신문기자 김을한의 도움으로 덕혜옹주는 일본을 탈출하다시피 빠져나와 창덕궁 땅을 다시 밟았다. 정부조차 왕족을 천대했으니 일반 국민이 덕혜옹주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잊혀졌던 덕혜옹주를 부활시켰다. 그렇지만, 이 책의 독자는 헛헛하다. 조선의 황녀로 태어났지만 황녀로서 살지 못했던 그 당시 현실이 떠올라 그렇다. 구한말 격변의 시대 속에서 덕혜옹주는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졌다. 조선도 그녀를 잊었고 일본도 그랬다.

 

이 책을 통해 읽는 동안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어쩔 수 없는 그 답답함에 여러 번 차례 책을 내려놓고 심호흡을 했다. 덕혜옹주는 망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책에 있는 글귀를 인용하면 이렇다.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고작 차를 마시거나 마시지 않거나, 매화를 치거나 치지 않거나 하는 정도였다."

 

이 책의 표지는 아름답다. 도라지꽃 색이 은은한 치마를 입은 덕혜옹주 그림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슬프다. 자신의 처지보다 망국의 현실을 아쉬워하는 모습이 서렸다. 잊힌 역사를 되살리는 의미만으로도 이 책은 값어치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오점이 있다. 오탈자가 있고 역사적 사실이 잘못 기록되어 있다. 예를 들면, 고종이 덕혜옹주를 위해 유치원을 세운 곳은 준명당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즉조당이라고 되어 있다. 

 

강제로 맺은 한일병합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이 책은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은 마지막 황녀을 통해 그 때의 국치를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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