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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뿔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이외수 작가는 다른 작가와 다른 점이 있다. 거침없는 비판이 그 가운데 하나이다. 대게 이런 비판에 대한 일반인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좋아하는 파와 그렇지 않은 파이다. 좋아하는 파는 이외수 골수팬이 된다. 이 사회의 비정상, 비상식인 것에 내뱉는 그의 독설은 대리만족거리이다. 게다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작은 몸부림이다.
이런 몸부림은 그가 2001년 펴낸 우화집 <외뿔>에도 잘 나타나있다. 당시 10만 부 이상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는 저자가 초대형 작가의 자리를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2008년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외뿔>은 그 인기를 오랜 기간 동안 잃지 않았다. 옛날에 출판된 <외뿔>을 읽어보지 않은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분명 깊은 깨달음과 환희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 <외뿔>을 읽었던 독자라면 외면해도 좋다.
저자의 감각적인 문체가 좋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도 불만이 없다. 그래서 돈을 주고 그의 책을 즐겁게 산다. 그러나 이 책을 돈을 주고 사보라고 다른 사람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 재탕이기에 그렇다.
저자는 2009년 12월 같은 제목의 우화집을 내놓았다. 이 책 <외뿔>에 꿈틀대는 촌철살인은 8년 전과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신선하지는 않다. 제목만 같은 것이 아니라 내용도 같다. 심지어 삽화도 같다. 다만, 삽화에 컬러를 입혔고 책 판형을 작게 만들었다. 즉, 포장만 바꾼 우화집을 또 낸 셈이다. 자동차 제조회사가 신차랍시고 선보인 차가 엔진 등 주요 기능은 그대로 두고 디자인만 살짝 바꾼 경우가 있다. 그러면서도 차 값을 올려 받는다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이 책이 그렇다.
저자의 새로움을 기대했던 독자에게 이 책은 실망스럽다. 작가는 매년 <청춘불패>, <하악하악>,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등과 같은 에세이를 냈다. 그런데 이번에도 비슷한 종류의 책을 냈다. 그것도 예전의 것을 그대로 냈다.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작용했을까. 아니면 소설을 내기까지 버틸 시간이 필요했을까. 실제로 그는 2005년 장편소설 <장외인간> 이후 이렇다할 소설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이 책을 왜 이 시점에 내놓아야 했는지 궁금해진다.
얼마 전 한 유명작가 낸 책이 그저 신변잡기에 그친다며 혹평을 받은 일이 있다. 아니나다를까, 그 책은 출판사가 저자의 이런저런 원고를 묶어 돈벌이용으로 만든 책이라고 했다. 이 책 <외뿔>도 그런 경우인지 아니면 저자가 다시 펴낼 의도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외수 작가님, 이 책 왜 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