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멈 코리아 - 외국인 비평가의 눈에 비친 한국.한국인.한국문화
스콧 버거슨 지음, 안영상 옮김 / 자작나무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책 <맥시멈 코리아(maximum korea)>는 외국인의 눈으로 읽어야 한다. 한국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내용이므로 한국적인 눈으로 읽으면 그저 그런 책이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 한국이 담겨 있는 책이다. 한국인은 그냥 지나치는 것이 이 책에서는 새삼스러운 또는 놀라운 재발견으로 다가온다.

 

저자 스콧 버거슨이 1996년 한국에 와서 생활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서 1999년 출판했다. 대형 서점에서 판매되지 않아 길거리에서 팔기 시작했단다. 그는 UC버클리에서 영문학과 수사학을 전공한 후 <데일리 캘리포니아> 등 여러 매체에서 문화평론가로 활동했다. 1996년 한국에 와서는 <씨네21>, <조선일보>, <코리아헤럴드>, <코리아타임즈> 등에 꾸준히 글을 실었다. 2002년 출판한 <발칙한 한국학>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의 표지에는 종이컵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종이컵은 커피자판기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저자는 자판기 커피에 반한 미국인이다. 손으로 원두를 갈아 만든 정통 커피를 고집하던 그는 한국 자판기 커피 맛에 반해버렸다고 했다. 저렴한 가격에 원두커피보다 훌륭한 맛을 준단다. 커피자판기는 한국 전역에 깔려 있다. 외국인의 눈에는 한국인이 커피를 즐기는 민족으로 비칠 것 같다. 그러니 한국은 거대한 카페라는 말도 그렇게 틀린 표현은 아닌 듯하다.

한국에는 김씨가 많다. 저자는 한국을 수백만명의 김씨가 사는 나라라고 했다. 이처럼 한국인이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을 저자는 뻔뻔하게 되새김질한다. 그런 내용으로 만든 책이 발칙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재미있다.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하는 공기도 중력이 작용해서 무게가 있다는 새롭게 깨닫는 이치이다. 

 

이 책을 통해 부끄러운 한국의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다.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 개선해서 지켜야할 문화가 보이고 버려야할 태도도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런데 저자는 한국 사람에게 맞아 죽을 것을 각오로 쓴소리를 토해내지는 않는다. 달콤한 소리가 대부분이고 쓴소리도 희석시켜 표현했다. 물을 타도 너무 많이 탔다. 

 

이 책은 10년 전 한국의 모습이다. 삐삐가 등장하고 이박사 사진이 실려있다. 그 당시 한국의 시대상을 더듬는 재미가 있다. 

 

저자가 한국생활 3년만에 이 책을 썼다고 하니 대단하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수 많은 사람을 만났고 수 많은 책을 참고했다. 거의 논문 쓰듯 이 책을 쓴 것 같다. 그 노고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저자는 어디까지나 외국인이다. 이 책 내용 중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되거나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 만일 다른 외국인이 이 책을 읽는다면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받아드릴 수 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라면 다행이지만 특정 현상을 단정짓는 것은 문제이다. ‘한국인은 그런 것 같다’와 ‘한국인은 이렇다’라는 표현은 전혀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커피 위에 덮인 하얀 거품만 보고 커피를 흰색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사족으로, 이 책을 헌책방에서 구입했다. 속지에 저자의 사인이 있다. 아마도 지인에게 선물한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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