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 2 - 이기원 장편소설
이기원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책 <제중원>은 '흥미진진'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책 1편이 백정 신분에서 조선 최초의 의사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면, 2편은 조선 말기 일제시대에서 고민하는 의사의 모습을 담아냈다.
특히 주인공 의사 황정의 라이벌 의사인 백도양이 이 시대를 겪으면서 갈등을 해소한다.
 
책의 내용 중 일부를 압축하면 이렇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조선은 사실상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항일 결사대는 을사늑약을 주도한, 이른바 을사오적을 처단하고자 했다. 그 중에 한 명이 이근택 군부대신이다. 항일 결사대는 밤에 자고 있던 이근택 군부대신을 찔렀다. 10여군데 자상을 입고 한성병원으로 후송된 그를 백도양이 수술했다. 이름도 모른 채 조선인이라는 말만 듣고 이근택 군부대신을 살려냈다. 수술 후 자신이 살려낸 조선인이 을사오적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혼란스러워한다.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사 신분과 나라를 잃은 조선인 사이에서 백도양은 갈등한다. 이 갈등은 일본인에 의해 죽임을 당할 뻔한 황정을 구하는 것으로 해소된다. 결국 조선 의사로서 조선인을 살리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일본 병원인 한성병원을 떠나 제중원으로 돌아왔다.
 

한편 조선 최초 황정이 독립군을 치료하기 위해 만주로 떠나면서 이 책은 마무리된다. 25년 동안 황정은 만주에서 독립군을 치료하는 의사로 살아간다.
 
백정 출신이 의사로 신분상승하는 성공신화가 이 책의 뿌리이다. 게다가 나라를 구하는 의사로 거듭나는 모습에는 가슴이 뭉클거린다.
소의치병(小醫治病), 중의치인(中醫治人), 대의치국(大醫治國)이라는 말처럼 주인공은 나라를 구하는 의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의사가 돈만 밝히거나 환자보다는 병만 치료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암 치료가 그렇다. 암 덩어리를 수술로 떼어내면 치료는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환자는 수술 후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생활을 감내해야 한다. 수술 후 후유증은 다음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환자 삶의 질이 무시되는 경우이다.
요즘은 환자 삶의 질을 따지는 의사가 많아졌다. 병을 고친답시고 환자가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편이 과연 이로운가를 따지는 것이다. 고령 환자라면 병을 치료하기보다 증세를 완화하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도록 유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쯤 되면 한국 의사도 소의치병에서 중의치인으로 변하는 중이라고 할만하다.
다음은 대의치국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의사가 많아지면 좋겠다. 얼마 전 한 외국인 여의사가 수십년동안 한국 땅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의술을 펴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런 의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자국을 위한, 말 그대로 대의(大醫)이다. 이런 의미에서 의사에게 먼저 권하고 싶은 책이 <제중원> 1, 2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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