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 1 - 이기원 장편소설
이기원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2010년 1월4일 첫 방송(SBS)을 타는 의학 드라마가 있다. 제목은 <제중원(濟衆院)>이다. 제중원은 1885년 세워진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이다. 처음에는 광혜원이었다가 후에 이름이 바뀌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이다.
 

이 드라마는 동명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2007년 MBC 의학 드라마 <하얀거탑>으로 유명세를 탄 이기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조선 말기 설립된 근대식 국립의료기관이자 교육기관인 제중원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 기관은 1908년 6월 한국인 최초의 의사 7명을 배출한다. 그 중에 박서양이라는 인물은 백정(白丁)의 아들이다. 구한말 최하층 천민 백정의 아들이 조선 최고의 의사가 되는 과정이 이 책의 핵심이다. 형조판서의 아들도 의사가 되려고 한다. 동시대에 서양 의학을 공부해 의사가 되려는 두 사람의 갈등이 이 책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한 사람은 양반 출신이고 다른 한 사람은 백정 출신이다. 극과 극에서 출발한 두 사람이 한 지점에서 격돌하는 양상이다. 서로 조선 최고의 의사가 되려는 경쟁이 짱짱하다 이 격돌을 한층 부추기는 매개도 있다. 중인 출신의 한 여성과 함께 두 사람은 삼각관계를 이룬다.

 

이 책은 1, 2편 두 권으로 되어 있다. 책 1편은 조선 말기 개화파와 수구파가 충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고종 21년(1884년)에 일어난 갑신정변이다. 개화파의 칼에 자상을 입은 수구파 민영익을 조선 최초의 의료 선교사 알렌(Horace Allen)이 수술로 살려낸다. 이를 계기로 고종은 서양 병원인 제중원 설립을 허가한다. 1885년 4월10일 제중원이 공식 개원한다. 초대원장은 알렌이다. 백정의 아들(황정)이 그의 조수로 나온다. 백정출신이 의사 조수가 된 데에는 배경이 있다. 황정은 훔친 양반 호패를 이용해 백정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양반 출신이지만 권력을 버리고 의사가 되려는 인물(백도양)은 황정과 대립각을 이룬다. 때마침 미국 의사 헤론(John Heron)이 제중원에 합류한다. 백도양은 헤론의 조수 자격으로 제중원에 들어온다. 두 의사의 조수 자격으로 황정과 백도양이 제중원에서 만나는 장면이 책 1편의 끝 장면이다.

 

이 책은 소설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지만 일부분은 허구이다. 가난 때문에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은 어머니를 보고 백정의 아들은 의사가 되려 한다. 이 부분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황정의 역사적 인물인 박서양의 아버지 박성춘은 백정이긴 했지만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 높았다. 아버지와 의료선교사 에비슨(Avison)의 친분으로 아들 박서양은 제중원에 입학한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부풀려진 점이나 생략된 부분이 있다. 소설 또는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역사 소설이나 드라마는 사실을 왜곡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칫 어린 학생에게 왜곡된 역사를 진실로 심어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쉽게 읽힌다. 작가 출신이라서 그런지 글을 쉽게 썼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시각적인 표현이 특히 섬세하다. 책에 적절하게 배치된 두 주인공의 긴장관계로 독자는 지루하지 않다. 책 2편이 궁금하다. 2편을 아직 읽지 않았지만, 이 책이 내년 1월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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