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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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공무도하>의 주인공은 신문기자다. 이 기자의 눈을 통해 바라본 인간 군상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백화점 화재현장에서 보석을 훔친 소방관, 개에게 물려 죽은 아이의 엄마, 건설용 중장비에 치여 죽은 딸의 아버지, 소위 좌익세력으로 찍혀 경찰을 피해 다니는 청년, 한국 남자와 이혼한 베트남 여자 등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삶은 고단하다. 고단한 삶에서 기삿거리를 찾는 주인공 기자는 자신도 지쳐간다. 지쳐가는 기자의 술친구, 말벗이 되어주는 여자 친구도 자신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등장 인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삶에 적응하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 김훈은 아마 이런 인간 군상을 통해 이 시대의 ‘비정상’을 강조하려는 것 같다. 철부지 여자 아이를 성폭행하고도 12년 형을 내리는 사회, 법을 어겼지만 법은 유효하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는 헌법재판소 등을 보면 적어도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사회에는 통념이 있다. 굳이 법으로 명문화하지 않아도 생각으로, 마음으로 통하는 생각이다. 최소한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도리가 통념에 속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그것이다. 지식을 통해 터득한 상식보다 더 기본적인 인간성이 통념이다. 무지한 사람의 DNA에도 깊게 박혀있는 이 통념이 깨지면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저자는 작가 이전에 기자였다. 이 책 속 주인공 기자가 저자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저자는 기자의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사회의 비정상을 글로 풀어내고 싶었나 보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현실이 투영되어 있다. 몸부림을 쳐도 어쩔 도리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독자는 답답함마저 느꼈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저자는 인간 삶의 먹이, 슬픔, 더러움, 비열함, 희망을 쓰겠다고 했지만, 이 중에서 희망을 이 책에서 느끼지 못해 아쉽다.

 

제목을 공무도하라고 지은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는 ”공무도하는 옛 고조선 나루터에서 벌어진 익사사건이다. 봉두난발의 백수광부는 걸어서 강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죽었고 나루터 사공의 아내 여옥이 그 미치광이의 죽음을 울면서 노래했다. 이제 옛노래의 선율은 들리지 않고 울음만이 전해오는데, 백수광부는 강을 건너서 어디로 가려던 것이었을까. 백수광부의 사체는 하류로 떠내려갔고, 그의 혼백은 기어이 강을 건너갔을 테지만, 나의 글은 강의 저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강의 이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라고 이 책에 적어 두었다. 그럼에도 공무도하를 제목으로 정한 이유를 저자로부터 듣고 싶다.

 

사족을 붙이면, 저자는 무거운 주제를 쉽게 풀었다. 독자는 이 책을 쉬이 읽을 수 있다. 이 책 표지를 벗겨내면 김훈 작가의 친필 원고가 인쇄되어 있다. 연필로 글을 쓰는 작가의 필체를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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