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를 혼란스럽게 유혹하는 책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중 - 타인의 증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책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상(上)편은 쌍둥이 형제가 전쟁 중에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10살짜리 형제는 본능적으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 처절하고 놀랍게 표현되어 있다. 쌍둥이 형제 중 한 명이 국경을 넘었다.
 
남은 한 형제가 살아가는 이야기는 이 책 중(中)편에 담겨 있다. 한 아이를 자신의 집에서 키운다. 마치 자신의 아이처럼. 그의 10대는 나름대로 안정적인 모습을 갖춰간다. 어느 날 아이는 자살하고 그 형제도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쌍둥이 형제가 40대가 되었을 즈음 어느 날 한 중년 남성이 그 마을에 나타난다. 오래전 국경을 넘었던 그 형제이다. 예전에 살던 집과 형제를 찾기 위해 마을에 머무른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내용이다. 다음 이야기는 하(下)편으로 이어진다.

 

이 책(中 편)을 읽는 동안 쌍둥이 형제는 허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는 한 명인데 형제라고 생각하는 또는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다중인격장애인 같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국경을 사이에 둔 형제는 결코 서로 찾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형제가 없음으로 해서 안정된 삶을 향유하는 듯해보이기까지 했다.

 

이렇듯 이 책을 읽을수록 독자는 혼란스럽다.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다음 편을 읽지 않으면 몸살이 나도록 만든다. 이 서평도 마지막 편을 읽어야 완성된 모습을 갖출 것 같다. 지금까지 작가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흐름을 보면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