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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힘이 세다
이철환 지음 / 해냄 / 2009년 8월
평점 :
극적인 무언가를 찾는 사람은 읽으면 후회한다. 반전도, 그 흔한 쾌감도 없다. 책 <눈물은 힘이 세다>는 오히려 '비극 엔딩'이다. 저자는 <연탄길>로 유명세를 떨친 이철환 작가다. <연탄길>은 독자 눈시울을 뜨겁게 달구었다. 저자는 <눈물은 힘이 세다>에서도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려 애쓴다.
책 속 주인공은 가난한 집 아들로 태어나 피곤한 삶을 산다. 공장에서 기름때에 찌든다. 리어카에서 사과를 판다. 거친 삶을 살지만 주인공은 소설가가 되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인공의 삶 차제와 주변 상황을 그 꿈을 포기하도록 종용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을 통해 보여준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가족 부양에 힘이 부친다. 가난을 대물림해주고 싶지 않지만 언감생심이다.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자신을 부숴버리고 만다.
어릴 때부터 정신적 지주였던 이웃집 아저씨도 점점 더 어려운 삶을 살아간다. 맹인으로서 안마 일을 하지만 점차 걸인으로 변해간다. 세상은 장애인에게 친절하지 않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주인공은 결국 소설가의 꿈을 이룬다. 첫 번째 소설은 인기를 끌지 못한다. 대신 두 번째 소설이 유명해진다. 주인공이 이 과정에서 소설가가 되려는 주인공의 의지는 더욱 강해진다.
주인공의 의지를 담금질했던 것은 그의 짝사랑이었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던 그녀를 성인이 되서도 잊지 못한다. 15년 공백기 끝에 만나지만 서로 다른 가정과 삶을 살고 있다는 현실을 넘지 못한다.
이 책은 이런 내용이다. 주인공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의 삶은 우리네 삶과 닮았다. 돈이 없어 피곤하게 살 수밖에 없는 삶이 닮았고, 힘이 없어 구차하게 눈치보는 삶도 그렇다. 그 삶 속에는 눈물이 있다.
저자는 거친 삶을 이겨내는 배경에 눈물이 있다고 주장한다. 눈물이 없다면 꿈도 의지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소설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내세운 책 속 주인공은 돈도 없고 ‘빽’도 없다. 학력도 없고 능력도 없다. 비전은 더더욱 없다.
"죽어라! 죽어라!"라는 세상을 살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희망을 현실로 승화시키는 것은 눈물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눈물은 힘이 세다"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위 공직자의 위장전입, 다운 계약서, 탈세, 편법 군 면제 등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날이 갈수록 우리의 지갑은 얇아진다. 흔히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하지만 희망이 아련하다. 이런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이 책은 청량제 같다.
톡 쏘는 맛은 없다. 덤덤하다. 무언가 깨부수어 희망을 쟁취하는 따위를 기대할 수 없다. 다만 희망의 줄을 놓지 않은 우직함을 보여준다. 이런 시각에서 이 책을 보면 주인공이 소설가로 성공한 것은 운(運)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