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배상문 지음 / 북포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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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학 교수는 박식하다. 잡학박사라는 닉네임도 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글로 풀어내면 엉킨다.
모 지역 군수에 출마하려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정책 아이디어를 글로 표현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둘은 자신의 지식과 주장을 말과 글로 표현한다. 말은 별문제 없어보이지만 글은 심각하다. 시쳇말로 ‘말발’은 있는데 ‘글발’은 안 선다. 언론사에 보내는 칼럼이 퇴짜를 맞는다. 연설문은 지루하다.

 

비단 전문가만 글을 쓰지 않는다.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다.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글 쓰는 일은 일상이 된지 오래다.
책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의 저자 배상문은 소위 개나 소나 글을 쓰는 시대에 당신도 글을 쓰라고 주문한다. 눈치챘겠지만 이 책 제목은 오히라 미쓰요 작가의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책 제목을 패러디했다.

 

글을 쓰더라도 제대로 쓰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글자만 나열한다고 글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블로그에 일기 형식으로 쓰는 글이라면 잘 쓰고 못 쓰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남이 보는 글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자신의 교양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글’이다. 요리를 못 하거나 사진을 못 찍거나 옷을 못 입는다고 해서 지성이나 교양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말을 꺼낸 사람이 수준을 의심받는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이다. 따라서 글을 잘 쓰느냐 못 쓰느냐는 그 사람의 지성과 교양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15페이지)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어한다. 글을 잘 쓰기란 쉽지 않다. 소위 ‘글발’을 세우려면 글을 많이 쓰면 된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 책은 그 시간을 단축해주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무엇보다 블로그를 개설해서 글쓰기를 시작하라고 권한다. 자신 있는 한 분야에 집중해서 꾸준히 글을 쓰라고 한다. 무엇보다 글 쓰는 습관을 몸에 베게하라는 의미이다.
저자는 “질보다 양”이라는 말로 글 쓰는 시간과 글의 분량을 늘리라고 주장한다.
글쓰기 습관이 붙으면 자신만의 글쓰기 규칙을 만들라고 한다. 예를 들면 형용사와 부사를 쓰지 않는 글쓰기이다. 

이 책에는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가 부록으로 붙어 있다. 실제 글쓰기에서 실수할만한 것을 모았다. 예컨대, ‘글씨 따위를 아무렇게나 쓰는 것’은 ‘끄적거리다’가 아니라 ‘끼적거리다’이다. 마찬가지로 ‘끼적이다’, ‘끼적대다’처럼 쓴다.

 

이 책은 작가 지망생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오히려 일반인이 읽어야 할 책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 그 말을 글로 표현하라고 하면 진땀 뺀다. 글을 쓰다 보면 정화되지 않은 단어를 세탁해야 하고, 조사를 맞추고, 맞춤법과 띄어쓰기까지 신경 써야 한다. 또 아무리 아는 것이 많아도 글로 쓰라고 하면 원고지 5장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다 쓰더라도 앞뒤 문장이 맞지 않거나 어딘가 이상한 글이 되어 버린다. 

 

책은 글을 쓰되 어느 정도 기본을 갖추라고 한다. 글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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