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파리 사이언스>를 읽기 전에, 과학 교사가 쓴 여행기라는 독특한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책 제목도 그럴듯했다. 저자 조수영이 아프리카 동남부에 있는 케냐,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등 여러 나라를 한 달 동안 여행한 후 쓴 책이다. 사실 사파리와 사이언스는 궁합이 맞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과학과 자연은 어떻게 보면, 정반대의 개념으로 보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현역 중학교 과학교사인 저자는 아프리카 대륙의 몇 개 국가를 여행한 이야기를 과학과 접목시켰다. 예를 들면 이렇다. 케냐 선수들은 왜 잘 달릴까? 저자는 나이로비가 고원지대에 있는 도시이므로 산소가 희박하다는 점을 들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적은 양의 산소에 맞춰 허파가 좋아졌기 때문이란다. 또 기린은 왜 고혈압에 걸리지 않을까? 기린의 목은 길다. 머리까지 피를 보내려면 심장이 매우 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기증이 일어나거나 심할 경우 죽을 수도 있다. 저자는 기린의 혈압은 인간보다 두 배 강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긴 목을 타고 머리까지 피가 공급된단다. 이 외에도 아프리카에 펭귄이 사는 이유와 흑인 머리카락이 더위에 이로운 이유 등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행기를 주로 다룬 내용 중간마다 별도로 한 페이지씩을 할애해 과학적인 팁(tip)을 달아 놓았다. 또 필요한 곳에는 삽화를 넣어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과학교사 눈으로 본 아프리카 여행기이다. 일반 여행기와 차별화를 둔 대목이다. 그렇다고 과학책처럼 딱딱하지 않고, 일반 여행기처럼 시시콜콜하지도 않다. 적당히 딱딱하고 시시콜콜하다. 사실 적당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이것도 저것도 아닌 ‘괴물’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그 괴물을 잘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