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황석영의 책에는 영혼이 등장한다. 지난해 읽은 <바리데기>에 이어, 최근 읽은 책 <손님>에도 이른바 귀신이 나온다. 차마 저승으로 가지 못한 영혼을 등장시켜 한(恨)을 강조하는 듯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북한 출신 류요섭 목사이다. 형 요한과 함께 미국에서 산다. 어느날 형이 죽고 그 영혼으로 요섭에게 나타난다. 한을 풀기 위해 요한은 50년 만에 북한을 '손님' 자격으로 방문한다. 마치 남의 고향을 방문한 것처럼 말이다. 형의 뼛조각을 들고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 이 책의 줄거리이다. 그러나 그의 귀향은 포근하지 않다. 고향에서의 기억은 한국전쟁으로 얼룩져있기 때문이다. 극한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잔인한 광기가 이 책에 잘 묘사되어 있다. 특히 <바리데기>에서처럼 북한 사투리를 그대로 옮겨 놓아 사실감을 더했다. 북한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 입맛에는 다소 껄끄러울 수 있겠다 싶을 정도이다. 조금 광의의 시각에서 보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남북 분단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북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강요된 상황이 첫 번째 아픔이다. 어렵사리 고향땅을 밟았지만 적당한 거리에서 감시받는 듯한 이물감이 그 두 번째이다. 무엇보다 잊히지 않는 한국전쟁 당시 인간의 추악함과 잔인함이 가장 큰 아픔이다. 이런 아픔은 책 <바리데기>에서도 잘 나타나있다. 그러나 유사한 소재 때문에 책 <손님>의 '신선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은 유감스럽다. 남북한 상황을 예리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저자가 내놓을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다음 작품에서는 신선감이 아릴 정도로 차갑게 느껴지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