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
이미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이미도는 미학적 도시인이다.”
영화번역가 이미도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그의 이름을 이용했다.
 
외국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면 ‘번역 이미도’라는 자막이 뜬다. 대박 난 영화에는 어김없이 나타난다. <반지의 제왕> <슈렉> <글래디에이터> <진주만> <클로버 필드> 등 굵직한 블록버스터는 영화번역가 이미도가 번역했다. 지난 15년 동안 4백50편의 영화가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영화를 번역할 때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 한다.
음악과 커피를 즐기며 영어대본을 놓고 우리말 작업을 한다.
매우 도시적인 모습이다.
 
영화번역은 일반번역과 다르다고 한다.
자막 글자 수에 맞추다 보니 압축된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또 미국(미국 영화일 경우)의 문화를 담은 영어를 우리나라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다듬어야 한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에 많이 등장하는 욕설과 은어를 순화시켜야 한다.
매우 미학적인 감각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렇듯 미학적 도시인인 이미도가 책 <나의 영화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를 냈다.
영어 실용서가 아니다.
영화와 영어가 소재이지만 이미도의 생활을 담은 책이다.
영화번역의 체험과 자신의 생각을 이 책에 녹여 넣었다.
영어를 공부하려고 이 책은 접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를 좋아하거나 영화번역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이 책은 생생한 활어와 같이 펄떡인다.
사실 이미도는 이에 앞서 책을 두 권이나 냈다.
<이미도의 등 푸른 활어영어> <영화백개사전 영어백과사전>이다.
이 두 권은 실용서이다.
영어 입문서라기보다 어느 정도 영어를 하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책이다.

 

그런 책들과 달리 <나의 영화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와 같이 산문집을 낸 이유는 따로 있다.
영어도 중요하지만 한글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지론이 짙게 깔려있다.
조기유학이다 영어연수, 유학 등을 자유롭게 경험하는 시대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주변에 많다.
(잘하는) 영어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우리말을 잘해야 한다.
한국인이니까 당연히 잘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의 문화와 미국인의 정서가 담긴 영어 표현을 우리말로 바꾸는 것은 웬만한 우리말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주옥같은 우리나라 문학이 노벨문학상 앞에서 누누이 무릎을 꿇어야 했던 데는 이 같은 이유도 없지 않다.
이런 점은 이미도는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번역하면서 겪은 산고는 영어보다는 우리말 때문이었으리라.
이런 의미에서 이책은 Two thumbs up!(별 다섯 개)이다.
Two thumbs up의 의미? 그의 책 101페이지를 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