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규의 희망 - 하버드의 늦깎이 공부벌레 서진규의 유학 생존기
서진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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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규라는 이름은 TV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접했다.

당시 미군 장교라는 것과 한국인 여성이라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이민 2세도 아닌 그가 어떻게 미군 장교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과연, 그는 한국에서 가발공장 일하던 여공 출신이었다.

 

그의 책 <서진규의 희망>에도 '가발공장 직공에서 하버드 박사되기까지'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이 사실도 놀라운데 하버드 대학원에 입학한 것은 불혹의 나이를 훨씬 넘긴 때였다고 한다.

59세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한다.

이쯤되면 그는 시쳇말로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수식어가 과장되지 않을 듯하다.

 

인생 역전을 이룬 그의 삶이 궁금하던 차에 그의 자서전이 나왔다.

그는 6.25전쟁 이전인 1948년 경남 동래에서 태어나 체전에서 중학교,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하고 가발공장 여공, 골프장 식당 종업원 등으로 일하다가 1971년 가정부 모집 공고를 보고 100달러만 가지고 혈혈단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잡일을 전전하다가 그의 운명은 군입대를 통해 변화를 시작한다.

1976년 사병으로 입대해서 1996년 소령으로 예편했다.

이에 앞서 1972년 퀸스 칼리지 등 6개 대학을 전전하며 1987년 입학 15년 만에 메릴랜드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마흔이라는 나이에 하버드 석사, 2006년 하버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사이 딸과 아들을 낳았지만 두 번의 결혼은 실패했다.

그는 교수가 되지 않고 동기부여가의 삶을 살기로 결정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동기부여 강의를 하고 있다.

 

대학도 아니고 박사학위까지 받으려고 억척을 떠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책에 "나는 10년 내에 미국의 국무장관이 되는 꿈을 꾼다. (중략) 이미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어낸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출해낸 하버드의 박사가 미국의 국무장관이 되는 것이 어찌 불가능이기만 하겠습니까. 이민자 출신인 메들린 올브라이트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들이 해냈듯이 꿈은 믿음을 가지고 이루고자 최선을 다하는 자에게는 꼭 이루어진다는 것을 나는 확신합니다. 희망은 언제나 눈을 뜨고 있거든요. 이를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나 자신의 명예도 부도 아니다. 그저 한 인간의 한 생에서 이룰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의 존재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라고 적었다.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아온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 국무장관에 도전한다고 한다.

이 책에도 설명되어 있듯이 그가 억척스런 삶을 택한 이유는 없다.

특정한 목적의 필요에 의해 박사학위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다.

박사학위를 따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

그것도 하버드라는 브랜드 가치가 있는 대학의 박사 학위를 따려고 노력했다.

박사학위를 따낸 그는 이제 미국 국무장관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영어로 대화를 하지 못했던 그가 미군 장교가 되었고,

미국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영어는 물론 일어도 수준급이라고 한다.

억척스런 삶을 사서 했다.

 

꿈이 없는 사람, 삶의 의미를 못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삶의 밑바닥에서 상층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확인하길 권하고 싶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책 내용의 중간 중간 의문이 드는 구석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그가 대학을 가지 못한 이유가 뚜렷하지 못하다.

그는 책에 "내겐 꿈이 있었다. 박사가 되어 암행어사처럼 고향으로 금의환향하는 그 꿈.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고3 때는 반장 노릇도 했다.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희망의 불씨는 순식간에 재로 변해버렸다. 꿈으로 점철되었던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만 사회의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여전히 집은 가난했고, 난 고학도 할 줄 몰랐다. 운이 좋아 썩 괜찮다 하는 직장에 취직하는 요령도 피울 줄 몰랐다. 가발공장 직공으로 살았다. 식당종업원도 했다. 미국인 집의 식모로도 살았다. 이건 체전이라는 시골에서 술장수의 딸로 살던 때와는 또 다른 밑바닥의 삶이었다. 종종 죽음을 생각했다"라고만 적었다.

 

그는 현재 C형 간염 보균자이다.

잘못되면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하는 서진규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그 메시지가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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